‘대학축제’의 시작은 경희대의 전신인 신흥대에서 1956년 10월 열린 제1회 대학제다. 이후 1960년대 각 대학에서 대학축제가 열렸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70년대 학번에게 대학축제는 쌍쌍파티, 메이퀸 선발대회, 탈춤 공연, 줄다리기 등 추억을 되살리는 용어가 아닌가 싶다. 1980년대에는 ‘대동제(大同祭)’란 이름으로 학과나 단과대학 행사보다 학교 전체 차원의 행사가 많이 열렸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차츰 인기 가수 초청 공연과 학과나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주점이 활성화됐다.
다양한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며 진화를 거듭한 대학축제에서 변하지 않은 요소 중 하나로 주류 문화가 있다. 이런 축제 문화에도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 5월 교육부는 대학에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을 보냈다. “대학생들이 학교 축제 기간에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하는 것은 주세법 위반”이라며 “건전한 대학축제 문화가 형성되도록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학에 따라 큰 불만과 함께 혼란을 겪은 곳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캠퍼스 내에서 술을 즐기며 축제를 마쳤다고 한다.
대학축제가 지역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데 주춧돌 역할을 하면 어떨까.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체인지 메이커 커뮤니티’ 등이 성장하고 있다. 문제 해결과 변화를 추구하는 움직임들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대학이 축제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해보면 어떨까. 다양한 전공이 협력할 수 있는 대학은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기간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팀을 이뤄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학생들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도출한 결과를 겨루는 경진대회를 대학축제의 한 축으로 만들어 보도록 제안한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본인의 전공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경진대회가 정착하면 기업과 협력해 취업 연계의 의미를 더욱 구체화할 수도 있다.
가수 초청 등에 지출하는 고비용을 줄여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의미가 클 것이다. 축제 기간 대학별로 특성화된 사회문제 해결형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향을 고려해 볼 만하다. 다양한 형태로 학생들이 지역문화의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진화하는 대학축제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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