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부의 철학 담은 자서전 펴내
사재 200억 털어 장학재단도 설립
"베푸는 삶 주제로 문화산업 참여
강연 등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파"
[ 홍윤정/강은구 기자 ] “남을 위해 살다 보니 더 큰돈이 따라오더군요.”
55년 동안 귀금속 외길을 걸어온 ‘주얼리업계의 황금손’ 이재호 리골드 회장(76·사진)이 최근 창업 일대기와 성공 철학을 담은 자서전 《필연적 부자》를 펴냈다. 이 회장은 무일푼으로 시작해 특유의 집념으로 연매출 500억원대의 업계 10위권 주얼리 업체 리골드와 1000억원대 자산을 일궈냈다. 서울 익선동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돈만 좇았다면 이렇게 큰돈을 손에 쥐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목걸이의 기본이 되는 체인 기술을 배우기 위해 1980년대 이탈리아 공장을 찾아 나선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이탈리아 시스마라는 업체에서 정교한 체인 기술을 구현한다는 걸 알고 가보기로 결심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뒤 여러 번 편지를 보내 여권 발급에 필요한 초청장을 받아냈다. “여섯 번 환승해 이탈리아로 가는데, 해외는 처음이지 외국어도 모르니 무서웠어요. 나만을 위해서라면 못했을 겁니다. ‘모든 사람이 내가 만든 예쁜 목걸이를 걸도록 하겠다’는 각오가 있었으니 해냈지.”
이 회장은 이탈리아에서 갖은 고생을 다하며 체인 기계를 들여와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독점하지 않았다. 경쟁사들에 길게는 몇 달을 걸려 기계 조작 방법을 알려줬다. “직원들 반대가 만만찮았습니다. 경쟁사들이 배신할 거라고 얘기했죠. 몇몇은 기술을 배워간 뒤 우리보다 낮은 가격에 목걸이를 팔기도 했어요. 난 더 많은 사람이 좋은 목걸이를 살 수 있으니 괜찮다고 했죠.”
“남을 위해 산다”면 흔히 ‘봉사’를 생각하지만, 이 회장이 말하는 의미는 다르다. “원하는 만큼 돈을 벌고 싶다면 그 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타인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그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와 성공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며,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제2의 이재호’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09년 사재 200억원을 털어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을 세웠다. 재단에서는 장학생에게 학자금을 주고, 이들이 또 다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JMB 장학과정을 무료로 열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립대에 장학금으로 10억원을 기부했다.
76세인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는 “‘베푸는 삶’을 주제로 한 문화산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 자서전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 베푸는 삶을 다룬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강연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게 앞으로 제가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글=홍윤정/사진=강은구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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