使 빠진 채… 근로자·親노동 공익위원이 밀어붙인 '기울어진 결정'

입력 2018-07-15 18:12  

내년 최저임금 8350원

사용자위원 30년만에 첫 전면 보이콧

재적 27명 중 14명 참석해 8 대 6 '반쪽 의결'
근로자 4명 중 1명 영향…乙간의 갈등만 키워



[ 백승현 기자 ] 지난 14일 새벽 4시36분 정부세종청사 4층 최저임금위원회 대회의실.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시급)으로 결정된 자리에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근로자위원과 친(親)노동 성향 공익위원들이 주도하는 최저임금위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파행 운영되는 데 대한 항의로 불참했기 때문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가 지난 10일 업종별 차등 적용안을 묵살할 때 퇴장해 복귀하지 않았다. 결국 2000만 명이 넘는 전체 근로자의 임금 기반을 결정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추천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의 손에서 확정됐다. 사용자위원이 의결 과정에 전면 불참한 것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경영계, 사상 첫 보이콧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다수결 방식의 의결기구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는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만 참석했다. 사용자위원이 없다 보니 노사 간 협상은 빠진 채 정회와 속개만 반복하며 19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사용자위원들의 복귀를 기다리던 최저임금위는 13일 오후 9시40분께 ‘공식 불참’ 의사를 확인받고 인상률 결정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사용자위원 자리를 비워둔 채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은 근로자 안(8680원)과 공익 안(8350원)을 표결에 부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표결 결과는 근로자 안이 6표, 공익 안이 8표였다. 공익위원 한 명은 근로자 안을 지지한 것이다.

당초 최저임금 의결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류장수 최저임금위 위원장이 수차례 ‘14일 의결’을 약속하긴 했지만 당사자 한쪽이 없는 상황에서 의결을 밀어붙이기는 최저임금위와 정부로서도 부담이 클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저임금위는 의결을 강행했다. 결과는 10.9%,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었다.

일부에선 사용자위원들이 안이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친노동 성향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일방적으로 의결을 추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막판에라도 참석해 1%포인트라도 인상률을 낮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다.

◆근로자 25%가 최저임금 영향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기본급 외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되면서 대기업에서 연봉 4000만원 이상을 받으면서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사례는 사라졌다. 이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다. 산입범위 확대 혜택을 못 받는 데다 2년 새 30% 가까이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직격탄’을 맞게 생겼다. 경기 악화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오르면 결국 직원을 내보내는 수밖에 없다. 노사 모두 상대적 약자인 ‘을(乙)’끼리의 갈등만 초래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일자리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취약지대 근로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번 인상에 따라 임금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올해보다 38만5000명 늘어난 501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 임금 근로자(2024만6000명) 네 명 중 한 명이 최저임금 대상이라는 얘기다. 한 노동 전문가는 “영향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분만큼의 임금을 지급하기 힘든 한계 사업장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이들 사업장에 고용된 근로자의 일자리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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