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관세전쟁 돌파구, 다자주의에 있다

입력 2018-07-16 19:17  

관세폭탄에 기업 脫한국 우려
中 불공정 무역관행 규탄하고
메가FTA 활성화 등 견인해야

허윤 < 서강대 교수, 한국국제통상학회장 >



미국과 중국은 지난 6일 각각 34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상대국 수입품에 대한 25%의 추가 ‘관세폭탄’을 투하함으로써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지난 10일에도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고, 중국도 맞대응키로 하면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첫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관세 장벽을 활용한 무역 전쟁, 나아가 환율과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전방위 경제 전쟁으로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차이나모바일의 예에서 보듯이 트럼프는 ‘중국 제조 2025’의 핵심인 중국산 정보기술(IT), 신소재, 첨단 장비, 항공, 로봇, 바이오 등에 대해 대미(對美) 투자 및 통관·인증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안보에 이어 지식재산권, 노동, 반부패 등 각종 이유를 내세우며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일 것이다. 또 이란이나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특정 기업을 지정해 그 기업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까지 제재하는 소위 ‘대(對)중국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미국 소재 중국 기업의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규제 강화 및 각종 이행 점검 조치 확대도 예상된다.

둘째, 중국은 미국이 문제점으로 지적해 온 보조금 지급을 통한 산업 정책, 합작투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행 규정, 기술 이전 강요, 정부 주도 사이버 공격 및 지식재산권 탈취 같은 이슈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조건으로 트럼프와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6.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이지만 제조업 성장 둔화 조짐에 기업 부도율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대미 수출과 외국인 투자마저 큰 폭으로 꺾인다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셋째, 트럼프와 시진핑은 국내 정치 수단으로 무역 전쟁을 악용하는 포퓰리스트들이다. 이들은 무역 전쟁 사상자들의 정치적 압력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상대에 대한 협박과 보복, 재보복과 물밑 협상 그리고 일시적 휴전, 다시 협박과 전쟁이라는 일련의 도발적 패턴을 반복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살 길은 무엇인가.

첫째, 보호주의는 전염성이 강해 많은 나라의 비관세 영역과 금융 부문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관세폭탄이 투하된 국지전에만 몰입하면 전쟁의 큰 그림을 놓치고 그 피해도 과소 추정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수입규제는 우리 정부가 자동차로 막았다지만 앞으로 자동차에도 고율의 관세를 매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우리로서는 다자주의 시스템의 복원이 절실하다. 한국 혼자서 ‘트럼프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란 불가능하다. 사안별로 피해국들의 대응 방식을 살피면서 때에 따라 보복에도 동참할 필요가 있다. 무기력한 세계무역기구(WTO)를 견인할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의 활성화에도 적극 나설 때다.

둘째, 정부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공조해 중국 정부의 시장 왜곡적인 산업정책과 차별적 불공정 규제에 대해 규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2045년까지 미국을 추월해 글로벌 제조업 선도국가가 되겠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은 다자 규범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反)개혁적 산업정책을 강화해 왔다.

셋째, 정부는 신(新)통상환경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적응방식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거대 수출시장에서의 현지 완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국내 경제는 생산 축소와 일자리 감소, 나아가 소득 저하와 내수 위축이라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획기적인 유인책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탈한국) 행렬은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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