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석탄, 러시아산 둔갑해 국내 반입… 유엔 對北제재 위반 '논란'

입력 2018-07-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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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연례보고서에서 확인

안보리 금수품목…지난해 두 차례 9천t 유통
정부, 보고서 나오자 인정 "민간업체 불법행위"



[ 김채연 기자 ] 유엔 대북제재로 수입이 전면 금지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유통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수입 금지 품목인 북한산 제품이 얼마든지 다른 나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대북제재의 허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산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우리 정부의 책임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北 석탄, 유엔 제재 이후 국내 반입

유엔에 따르면 파나마 선박 ‘스카이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박 ‘리치글로리호’는 지난해 10월2일과 11일에 북한산 석탄을 싣고 각각 인천과 포항으로 들어왔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4월에 제출한 ‘연례보고서’를 수정해 지난달 다시 제출한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선박인 능라 2호, 을지봉 6호, 운봉 2호는 지난해 7∼9월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석탄을 싣고 북한 원산항과 청진항에서 러시아 홀름스크항으로 향했다. 러시아 항구에서 해당 석탄은 스카이엔젤호와 리치글로리호에 옮겨졌다.

포항에 정박한 리치글로리호는 총 5000t, 미화 32만5000달러어치 석탄을 싣고 왔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엔 인천으로 들어온 석탄 물량은 적시돼 있지 않았으나 외교부 당국자는 “4000t 정도가 반입됐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보고서가 공개되자 뒤늦게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배 두 척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입수되기 전에 수입 신고 접수가 완료됐고, 선박의 한국 도착과 동시에 석탄 하역 처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업체 수입이어서 입항 전 수입 신고를 하는 것이 가능했고, 신속하게 통관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석탄은 통관 절차가 마무리된 즉시 국내에 풀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당국자는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내 수입 업체에 대해선 “관세법상 부정 수입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유엔 제재 위반 논란

두 선박이 국내에 입항한 시점이 논란거리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한 이후라서다. 2371호에 따르면 ‘북한은 자국 영토로부터 또는 자국민에 의해 자국 선박이나 항공기를 사용해 석탄, 철, 철광석을 직·간접적으로 공급, 판매 또는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모든 국가가 북한을 원산지로 하는지와 관계없이 자국민에 의해 또는 자국 국적 선박이나 항공기를 사용해 북한으로부터 해당 물질 조달을 금지토록 결정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홀름스크항에서 러시아 국적의 배로 석탄을 환적하는 방법으로 ‘석탄 세탁’을 한 뒤 한국으로 수출했다.

우리 정부도 2010년 5·24 조치 등을 통해 법적으로 남북 간 교역을 금지하고 있어 안보리 결의 2371호 채택 이전부터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석탄이 북한산으로 판명될 경우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민간 업체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 불법으로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례”라며 “정부로서는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고, 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탄이 북한산인 것으로 확인되면 수입 업체는 관세법상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가 우리 정부의 안보리 위반 여부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현 시점에서 미국의 가장 큰 협상 지렛대는 대북제재여서 유엔과 미국이 이번 사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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