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윤정 기자 ] 1925년 7월21일 미국 테네시주 데이턴. 인구가 1800여 명인 이 작은 마을에 미국 전역에서 5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일명 ‘원숭이 재판’을 보기 위해 재판정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피고는 고등학교 생물교사 존 스콥스. 그는 그해 3월 테네시주 의회가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쳐선 안 된다’는 반(反)진화론법(버틀러법)을 통과시키자 법의 문제점을 알리려 일부러 학교에서 다윈 진화론을 가르치다 체포됐다. 사실 이 사건은 진보 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함께 기획한 것이었다.
이 재판은 기독교 원리주의자와 진화론을 옹호하는 근대주의자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스콥스는 유명인이 됐다. 당대 최고의 법조인들이 맞붙었다. 클래런스 대로가 스콥스의 변호를 자원했고,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 테네시주의 검사 측 변호를 맡았다. 대로는 법정에서 브라이언으로부터 성경 구절에 대해 “하루를 꼭 24시간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이끌어내 그를 궁지로 몰았다.
재판은 스콥스에게 우세한 분위기로 흘렀으나 스콥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형량은 당시 법정 최저형인 100달러 벌금이었다. 이 재판은 오히려 반진화론법이 정교분리를 위반하는 위헌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진화론 교육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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