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여권과 시민단체들로부터 “재벌개혁이 미진하다”는 압력을 받아온 최 위원장의 처지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이 할 법한 발언이 금융위원장 입에서 나온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을 착각한 것이거나, 개각을 앞두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금융위원회가 밀어붙여온 금융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주식 매각이 그렇게 급한 일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금융위원회가 시급히 할 일이 산더미란 점에서 최 위원장의 발언은 더더욱 적절치 못했다. 미국 금리인상 기조 속에서 15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빚 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금융위 스스로도 하반기에 한계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자동 폐기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재입법을 호소했던 금융위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궁금하다. 선제적 구조조정은커녕 또다시 허둥댈까 우려된다.
게다가 금융산업을 선진화할 혁신 노력은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다. 빅데이터 활용 등 핀테크 활성화와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완화는 말만 앞세웠다. 4차 산업혁명에 걸맞게 금융을 육성·활성화하기보다 감시·규제·금지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온 게 아닌지 금융위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선임에 개입하고, 노동이사제로 논란만 거듭할 때인지도 의문이다.
금융은 양질의 일자리 공급원으로서도 중요하다. 금융위가 은행 고용능력을 높인다는 대책이 고작 희망퇴직을 늘려 신입행원을 더 뽑게 하겠다는 수준인 것도 유감이다. 과감히 규제를 풀어 금융 신사업을 일으키면 일자리는 절로 따라올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아쉽다. 지난 1년간 금융위가 가장 미흡했던 것은 재벌개혁이 아니라 규제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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