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제동'

입력 2018-07-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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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통합 개발안' 우려

집값 안정 기조에 불안 요인
"중앙정부와 협의 없었다"

서울시, 용산계획 내달 공개
"마스터플랜 나오면 정부와 협의"



[ 서기열/최진석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김 장관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대규모 개발 계획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업이 좌초됐을 때 파급도 크다. 중앙정부와 긴밀히 논의한 후 진행돼야 한다”며 서울시 구상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 시장 발언 이후 아파트값이 급등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무색해진 데다 국토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프로젝트를 발표한 박 시장 행보에 불쾌함을 표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집값 안정을 우선시하는 정부 기조를 고려할 때 서울시 구상안이 실현되기엔 만만찮은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서울시 개발 방안은 국토부와 협의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국토부 “서울시와 협의한 적 없다”

김 장관은 이날 국토위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방안이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줬느냐”고 질의하자 “여의도와 용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또 서울시의 개발 계획에 대해 국토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여의도와 용산 통합개발은 도시계획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비사업적으로 고려할 것이 많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 아래 법령을 준수해야 현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용산·여의도 개발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도시교통정비 촉진법’에 따라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수다. 그러나 국토부는 서울시로부터 구상안을 아직 전달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번 개발 계획이 현행법상 가능한 것인지도 불확실하다”며 “국유지까지 포함되는 개발 방안을 발표해 놓고 아직까지 주무 부처와 협의 한 번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역과 용산역 개발 주체도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 의원은 “이들 시설(서울역, 용산역)은 국가 소유인데 이를 서울시가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도 “철도시설은 국가 소유이므로 중앙정부와 협의해서 함께 진행하지 않으면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실제 서울역 지하구간 개발 관련 연구용역은 국토부가 진행하고 있다. 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서울역~용산역 통합개발에 대한 용역을 연내 발주할 예정이다. 용산역 개발을 위해 코레일이 소유한 부지도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 단독으로는 개발을 추진할 수 없다.

무엇보다 김 장관이 완곡하지만 박 시장의 구상을 사실상 거부한 배경으로는 여의도, 용산 일대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을 꼽을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주일 새 0.1% 올라 전주 상승률(0.08%)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가 이 기간 동안 0.24%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용산구도 0.2% 올라 서울 평균 상승률의 두 배에 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박 시장의 구상 발표 후 서울 집값이 뛰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의 ‘집값 안정’ 기조에 맞춰 서울시가 이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투기 억제 조치 강구할 것”

서울시는 일단 ‘용산 마스터플랜’을 이르면 다음달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중구 봉래동~용산구 한강로 일대 349만㎡를 신도시급으로 개발하는 밑그림이다. 9월께 나올 ‘여의도 마스터플랜’은 1970년대 개발 이후 약 50년이 지난 여의도를 수변 도심형 복합지역으로 개발하는 계획이다. 여의도의 기존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서울시 구상안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용산 개발에 관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되면 당연히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토부 등 관련 정부 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추진하는 개발 계획이 부동산시장에 잘못된 시그널로 비치지 않도록 하는 투기 억제 등 관련 조치도 함께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기열/최진석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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