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가상화폐 이더리움은 산업혁명기 말(馬), 이오스는 자동차"

입력 2018-07-24 13:01   수정 2018-11-07 07:58

'이오스 헌법' 주도한 토마스 콕스 인터뷰
"이오스 거버넌스는 '공동 의사결정'…비판 수용해 발전시킬 것"



가상화폐(암호화폐) 이오스(EOS)는 국회의원을 뽑는 것처럼 유저들 투표를 통해 이오스 블록체인 생성을 담당하는 BP(블록프로듀서)를 선출한다. 이오스 헌법(EOS Constitution)이 존재하고, 이를 토대로 한 투표시스템을 구축해 생태계 운영을 유저들에게 맡겼다.

이러한 이오스만의 독특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거버넌스’라 부른다. 현재는 블록원(이오스 재단)을 떠나 스트롱블록 제품담당 부사장(SVP)을 맡은 토마스 콕스(사진)는 이오스 헌법과 거버넌스를 만드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한경닷컴이 지난 20일 방한 중인 콕스 부사장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 이오스 헌법 제정에 어떤 역할을 했나.

“이오스 헌법 제정 작업은 이오스 론칭 1년 전 댄 라리머 블록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처음 시작했어요. 올해 2~3월 경 헌법을 포함한 거버넌스 파트에 집중적으로 일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이미 초안이 작성된) 헌법과 거버넌스, 다른 이들이 작성한 여러 작업물과 로펌의 조언을 토대로 본격 작성에 들어갔죠.

이오스 헌법을 각 조항으로 쪼개 공개적으로 커뮤니티 플랫폼에 일일이 포스팅했고, 커뮤니티 사용자들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제가 관여하고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했기 때문에 제가 썼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것을 ‘탄생시킨 사람(mother)’이라기보다 ‘조력자(midwife)’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해요.”

- 그렇다 해도 당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변함 없다고 생각한다.

“헌법을 만드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는 했습니다. 블록체인 성공의 근간이 되는 것이었죠. 이오스의 목적은 규정이 없는(ungoverned) 상태가 아닌 일정한 규정이 있는(governed) 블록체인 기술 형태였고, 그러한 거버넌스의 핵심이 바로 헌법이었어요.

댄(라리머)이 그 중요성을 알고 1년 전부터 초안을 쓰기 시작했지요. 저는 그 모든 작업물을 결과물로 만들어 제공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오스 런칭 준비가 거의 마무리됐을 때, 댄은 커뮤니티가 헌법의 주체가 되어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매우 원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커뮤니티가 주도권을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 이오스 거버넌스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거버넌스는 한 마디로 공동 의사결정입니다.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에서 거버넌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죠. 공동 결정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블록체인의 진화를 저해하거든요. 우리에게 거버넌스란 이오스를 다른 암호화폐들과 차별화하는 가장 핵심적 사항입니다.

결국 거버넌스란 공동으로 의사결정 하고, 결정된 사항을 이행하고, 의사결정 방식을 수정 및 보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국민투표 같은 방법을 통해 헌법을 개정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타 기술적 부분과 더불어 거버넌스는 이오스가 제공하는 핵심요인 중 하나예요.”


- 블록체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이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어마어마한 돈이 오가죠. 비트코인 등과 관련한 좋은 사례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많은 사례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반대로 모종의 이유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죠. 저는 상용화를 위해 블록체인에 접근하는 더 다양한 방법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예를 들어 완전한 탈중앙화나 위임된 탈중앙화(delegated decentralization) 등 각각의 용도에 맞는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은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입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죠.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사용 사례들을 탐색하고 블록체인의 특성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거버넌스가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마법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거버넌스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컨대 이더리움은 다중서명방식 지갑 해킹 버그로 인해 큰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3억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금전적 피해를 입혔죠. 회생조차 불가능하지요. 생각해봐요. 만약 상사에게 ‘사장님, 3억달러를 잃었는데요’라고 보고하면 아마 해고당하겠죠. 사람들은 더 이상 상업적(business)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하나의 버그가 이런 큰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될 겁니다.“

- 이더리움 사용자의 이오스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나.

“비판하는 것은 우선 본인들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처음 자동차가 나왔을 때 말을 타던 사람들은 ‘이상한 말이네’라고 생각하겠죠. 그게 좋은지 아닌지는 사용자들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됩니다. 물론 우리는 타당한 비판일수록 더 많이 배우고 적용해 발전시켜 나가도록 힘쓸 거예요.”

- 인상적인 답변인데.

“암호화폐는 일종의 소프트웨어(SW)로 훌륭한 SW 엔지니어들은 보수적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있죠. 이오스의 훌륭한 엔지니어들은 블록체인 탈중앙화에 유의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저는 이오스가 탈중앙화되지 않았다는 비판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과연 2~3개 채굴 집단이 51% 이상의 체인을 관리할 수 있는 이더리움과, 21개 BP로 나뉜 이오스를 비교했을 때 어떤 시스템이 더 탈중앙화됐다고 할 수 있을까요?”

- 블록원의 다음 행보와 목표는 무엇인가.

“제가 말하기는 어렵네요. 올 2월쯤 이오스 런칭 이후 제가 뭘 해야 할지 댄과 얘기했고 지난달 말에는 블록원을 나왔습니다. 런칭 전까지는 블록원이 헌법 원문을 썼지만 런칭 이후 블록원은 더 이상 헌법의 저자가 아닌 공헌자일 뿐이에요. 블록원에 남아 있으면 더 이상 거버넌스에 개입하기 어려웠죠. 거버넌스에 계속 관여하기 위해 떠나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 그렇다면 지금 몸담고 있는 스트롱블록에서의 목표는.

“보다 적절한 질문은 ‘이오스 거버넌스의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일 겁니다. 이오스 거버넌스의 다음 주요 행보는 사용자 투표를 실시하고, 중재를 공고히 하며, WP(Worker Proposal)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WP란 토큰을 사용할 실제 사용자에게 필요한 상품을 제안하고 그 대가를 주는 제도를 말해요.

이오스는 매년 약 5%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그중 1%는 BP에게, 나머지 4%는 WP에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WP에는 BP 운용 금액의 4배가 들어가는 거죠. 따라서 어떻게 그 금액을 현명하고 알맞게 사용할지 고민하면서 노력하고 있어요. 정리하면 이오스 거버넌스의 미래는 사용자 투표, WP, 더 확고한 중재시스템 정도가 되겠네요.”

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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