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감축' 예고해 놓고… 정부, 전격 취소 '오락가락'

입력 2018-07-24 17:45  

팩트체크 - '전력 비상' 아니라는 정부

"전력 공급 충분하다면서
DR 발동 부담스러웠을 것"



[ 성수영 기자 ] 전력거래소는 지난 23일 밤 9시께 3500여 개 기업에 ‘수요감축 요청(DR) 발령 예고’를 통보했다. 폭염으로 최대 전력수요가 계속 상승하면서 DR 실시 요건이 충족돼서다. DR은 최대 전력수요가 8830만㎾를 초과하고 공급 예비력이 1000만㎾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 발동할 수 있다. 기업들에 하루 전 예고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정부는 24일 최대 전력수요가 9248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DR을 시행하지 않았다. 연이틀 DR 요건을 충족하고도 정부가 발령을 미룬 것이다. 전력예비율이 10% 초반대로 떨어지면 DR을 발동했던 작년 여름(두 차례), 지난겨울(열 차례)과 대조적이다. 이날 예비율은 7%대에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들이 휴가철을 앞두고 막바지 조업 중인 상황을 고려했고, 공급 측면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했다면서 하루 전 예고한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전력공급이 충분하다고 큰소리 쳐놓은 상황에서 DR을 발동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탈(脫)원전 정책으로 전력공급 능력이 낮아졌는데 기업들이 전기를 아껴 해결하라는 건 모순”이라며 “산업부로서는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전력을 많이 쓰는 업종 기업들에서는 ‘오락가락 DR’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오후 1시가 돼서야 DR을 발동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확한 시간을 미리 통보하지 않아 조업중단 시점을 고려해 작업 계획을 짜기가 어렵다”며 “DR 발동 가능성만 알려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체 예산으로 DR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한국전력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전은 당일 전력 가격에 따라 기업들에 감축한 전력 양만큼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h당 90원 내외다. DR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5년 1000억원이었던 보상금 규모는 매년 늘어 올해는 2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예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는 비상 사태가 닥치면 보상금은 ㎾h당 170원대로 뛴다. 올초 기업들의 불만을 의식한 산업부가 비상시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최고 발전가격을 적용해 더 많이 보상하기로 해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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