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전력대란 오나… 휴가서 복귀하는 8월 둘째주가 '고비'

입력 2018-07-25 17:43  

전력수급 비상

갈수록 떨어지는 예비율

LG전자 등 대형 사업장
8월 첫째주가 휴가 기간
조업 복귀 후 전력 피크
예비율 5%로 떨어질 수도

정부도 8월 둘째주 맞춰
100만㎾ 추가 확보 계획



[ 조재길/성수영 기자 ]
올여름 들어 그동안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 24일 9248만㎾였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였다. 같은 날 전력 예비율은 7.7%로, 2016년 8월8일(7.1%)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전력수요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게 전력당국의 예상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집중 휴가철’이 끝나는 다음달 둘째주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휴가복귀 시점이 ‘전력피크’

다음달 둘째주에 가장 많은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대형 사업장 등의 휴가철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어서다. 전력수요가 많은 현대자동차 LG전자 두산중공업 등은 매년 8월 첫째주를 ‘일제 휴가’ 기간으로 잡고 공장 문을 닫고 있다. 2016년, 2017년에도 8월 둘째 및 셋째주에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예비율이 떨어졌다.


휴가 복귀 후 가정용 에어컨의 전력 소비 역시 매년 증가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더구나 올해엔 장마가 45년 만에 가장 빨리 끝나면서 폭염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5일 긴급 브리핑에서 “기업들이 조업에 복귀하는 8월 둘째주에 전력피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력수요는 다음달 사상 처음으로 1억㎾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전력 예비율은 한동안 5% 안팎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 5%에 근접하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력 과부하로 발전소 몇 개만 일시 고장을 일으켜도 즉각 대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만 7%대까지 낮아진 전력 예비율은 이번 주말을 고비로 일시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역시 다음주 집중 휴가철이 시작돼서다.

◆“공급 늘리고 수요 낮추고”

당국은 “현재 전력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라고 밝히면서도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예비율이 7%대까지 떨어진 지난 24일엔 산업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 관계기관에 밤늦게까지 ‘비상령’이 발동됐다. 발전 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및 유류 발전소까지 최대치로 가동한 이유다.

산업부는 전력수요·공급 대책의 초점을 다음달 둘째주에 맞추고 있다. 백 장관은 “8월 첫째주에 호남발전 1호기, 부산 복합발전 3호기를 가동해 75만㎾, 둘째주에 인천복합 4호기를 돌려 25만㎾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력위기가 가장 심각할 때 최단시간 내 발전할 수 있는 양수발전소(총 470만㎾)에는 물을 가득 채워놓기로 했다. 발전소 시험이나 내부 작업도 피크시간을 피할 예정이다. 점검 중 불시 정지 우려가 있어서다.

동시에 전력수요를 낮추는 작업도 병행키로 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요감축 요청(DR·급전지시)을 발령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번주 들어 발동 요건(최대수요 8830만㎾ 초과 및 예비력 1000만㎾ 미만)을 충족하는데도 실제 발령을 미루고 있다. 벌써부터 너무 자주 수요감축 요청에 나서면 기업 불만이 커지고 한국전력 부담도 늘기 때문이다. DR 제도를 활용해 최대 420만㎾의 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게 당국의 계산이다.

◆2년 전 고친 ‘누진제’ 손보나

산업부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보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비용이 커지는 누진제 때문에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올여름 온열 질환자는 벌써 1300명이 넘었다.

백 장관은 “누진제를 개편한 지 2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총체적인 영향을 분석할 시간은 필요하다”면서도 “한전 경영상태를 보면서 누진제 개편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탈원전에 대한 고집을 꺾고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하면 값싸고 안전한 전력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며 “원자력발전소가 실제로 감소하는 2023년부터는 전력수급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길/성수영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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