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모 크다고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뿐… 경영 어려워지고 고용·소득 떨어뜨릴 것"

입력 2018-07-25 17:46  

商議 '공정법 개편' 토론회

기업의 공익법인 설립
규제 아닌 장려 대상
의결권 제한 신중해야

부당거래 기준 제시않고
총수지분율 규제는 문제



[ 박상용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 38년 만에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에 대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개편안이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데 치우쳐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고, 고용과 국민소득까지 낮아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토론회’를 열었다.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8일과 이달 6일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한 개정안 초안을 두고 교수, 연구원, 재계 관계자 등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 주제는 ‘기업집단법제 개정 방안’이었다.

대기업 과도한 규제로 고용·세수 감소

발제자로 나선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편안을 ‘대기업집단 규제 강화책’으로 규정하며 포문을 열었다. 주 교수는 “한국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대한 법률은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재벌·대기업집단을 규제하고 있다”며 “대기업집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력 집중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여러 개 생긴다면 경제력 집중은 심해질 것”이라며 “하지만 협력업체는 늘고 세수,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집중도를 보여주는 허핀달·허시만지수도 한국은 0.14로 호주(0.17)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주의를 불문하고 세계 경제는 ‘차세대 기술혁신’을 화두로 삼고 있다”며 “시장 집중 자체를 문제 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에 20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가 자본주의 체제로서 산업 집중에 총력을 다한다”며 “한국의 경쟁·경제정책이 중국보다 선진적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의결권 행사 제한 신중해야

토론자로 나선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개편안에 담긴 공익법인 규제를 지적했다. 금융·보험회사와 공익법인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을 각각 5%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곽 교수는 “기업의 공익법인 설립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권장해야 할 사안”이라며 “의결권 행사 제한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20%로 낮춰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조 교수는 “지분율 규제로 사익 편취 규제가 가능한지 분명하지 않다”며 “내부거래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어떤 거래가 부당한지 기준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규제 대상만 확대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에서 국내총생산(GDP) 0.5% 이상으로 변경하는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자산 규모 1위인 삼성의 자산이 약 400조원이고 30위 기업이 10조원 정도 된다”며 “40배나 차이 나는 기업을 똑같이 통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대 그룹이나 10대 그룹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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