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스러운 것은 금융감독원의 업무보고에 ‘금융회사 CEO 승계 가이드라인 제정’이 포함된 점이다. 윤 금감원장은 “금융회사 CEO 승계절차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핵심 후보군(2~4명)의 체계적인 선정·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감독규정 개정 의지도 적극 피력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개선’ 차원에서 이런 일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금융위원회의 지휘·감독하에 자산의 건전성, 경영의 위법성 같은 실무를 살피는 금감원의 정당한 업무인지 의문이다. 금융감독과 관련한 제반 법령(法令)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직접 나서도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게 금융회사의 CEO 선임 같은 민간의 인사다. 금융위 소관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도 있지만, CEO 선임이나 승계는 최대한 ‘금융회사 자율과 내부규범’에 따르도록 하는 것도 그래서다.
금융위원회든 금감원이든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야말로 ‘구태 관치(官治)’다. CEO 선임이나 승계에서 투명성이나 적절성은 금융시장이 가장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금감원이 승계자 후보군의 숫자까지 정하고 선정절차나 이후의 관리방안까지 규정으로 정하면 금융회사 자율성·독립성은 언제 확보되며,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겠는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문제로 금융감독원과 은행이 감정적 정면 대립으로 논란을 일으킨 게 불과 4개월 전이다. “CEO는 후보 때부터 관리하겠다”는 감독 방침은 “금감원이 단단히 별러 온 모양”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딱 맞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에도 규제완화 등으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고, 가계와 자영사업자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감독당국이 금융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창의적 발상을 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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