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에게 신용카드 수수료가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제로 페이’를 들고나온 배경이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생각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부담’이 누군가에게 전가될 뿐, 없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장 이번 사업에 참여한 결제플랫폼 사업자와 시중은행들은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됐다. 누구보다 직격탄을 맞는 것은 신용카드회사와 밴(VAN)사다. ‘제로 페이’로 수익이 줄어들면 이들 사업자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어떻게든 벌충하려 들 게 뻔하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사업자나 소비자에게 손실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노후 상가를 매입해 소상공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역시 영세상인 지원책이라지만 임대료만 끌어올려 상가 주인 좋은 일만 시켜줄 수도 있다. 각 경제주체가 이해관계에 따라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게 시장이다. 정부가 어느 한 주체만을 일방적으로 지원할 경우 손해 보는 당사자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는 어떻게든 이를 다른 주체에 넘기려 하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준다며 계속 개입하게 되면 끝이 없다. 세금을 동원해 모든 시장을 국유화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말이 되는가. 이번 일의 발단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그냥 내버려둔 채 억지로 옷매무새를 맞추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탈이 나는 것이다. 이러다 민간이 할 일이 남아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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