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딴지 거는 여당, 오락가락 장관… 길 잃은 원격의료

입력 2018-07-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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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 확대’ 소신을 밝혔다가 철회했다. 박 장관은 그제 “의사와 환자 사이가 아닌, 현행 의료법이 허용하는 의사 간 원격의료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게 잘못 전달됐다”고 말을 바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이 “원격의료 확대는 ‘의료 영리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며 정부 국정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난을 쏟아낸 지 닷새 만이다.

세계적 흐름인 원격의료는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활용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와 의료 기술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18년째 도서벽지(島嶼僻地) 등 격오지 환자에 한해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의사단체, 시민단체, 보건의료노조 등의 완강한 반대 탓이다. ‘의료 영리화’, 오진(誤診) 가능성,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등이 반대 이유다.

국내 병원의 90% 이상이 민간 의료기관이고, 진료와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료 영리화’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의료안전 규제가 엄격하다는 미국 등 선진국들도 동네병원을 중심으로 원격진료가 활성화돼 있다. 오진 가능성과 환자쏠림 현상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가 발이 묶여 있는 동안 경쟁국들은 멀리 앞서 나가고 있다. 미국은 진료 6건 중 1건꼴로 원격진료가 대중화돼 있다. 일본은 원격진료는 물론 원격조제까지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의사 진단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에 진력하는 것은 환자 불편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통신과 장비,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 신(新)산업 돌파구가 열리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원격의료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분야의 하나다. 무엇보다 정부와 여당이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곳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원격의료 규제 등을 풀면 최대 37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조속히 원격의료 허용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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