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을 저질렀다가 퇴학을 당한 대학생이 법원에 퇴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1부(김광진 부장판사)는 29일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를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낸 원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A씨는 4학년이던 2017년 4월 학과 행사에 참석했다가, 술을 마시고 잠든 후배 B씨를 성추행 했다.
B씨는 피해 사실을 즉각 학교와 경찰에 알렸다.
학교 양성평등위원회가 진상을 조사했고, 조사 결과와 학칙에 따라 단과대 교수회의가 퇴학 징계를 의결해 A씨는 사건 보름여 뒤에 퇴학당했다.
퇴학을 당한 뒤 A씨는 B씨에게 합의를 요구했다.
이에 B씨는 A씨가 퇴학당했으니 적어도 학교에서 마주치지는 않게 됐다는 생각에 형사 사건에 관한 처벌불원서를 작성해줬다.
검찰은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낸 점과 초범임을 참작해 2017년 5월 A씨에게 성범죄 예방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한달여 뒤에 법원에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내면서 "피해자와 합의를 해 검찰에서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퇴학 처분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대학교도 학생에 대한 지도·감독·교육 의무를 게을리 한 참작 사유가 있는데 퇴학 징계를 내린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처벌불원서 작성과 기소유예 처분 모두 퇴학 징계 이후에 발생한 것인데, 징계의 적법성은 당시 사정을 토대로 판단해야지 그 이후 사정을 소급적으로 고려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같은 과 선배가 후배를 강제로 추행한 것이고, 그 정도가 가볍지 않아 피해 학생은 휴학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며 "성범죄 피해자를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엄중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대학이 학생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성인인 대학생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지도·감독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지도·감독을 게을리 한 것이 이 사건의 실질적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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