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투잡 vs 어학원서 자기계발… 주 52시간 근로시대 울고 웃는 직장인

입력 2018-07-29 18:40  

주 52시간제 도입 한 달


[ 장창민 기자 ] 직장인들의 하루 일과가 바뀌고 있다. 지난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제도(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다. 어떤 직장인은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게 됐다며 반색하고, 어떤 이들은 월급이 줄어 ‘투잡’을 뛰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쉬고 있다. 출퇴근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기업들의 인력 운영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당장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는 문을 여닫는 시간 자체를 바꿨다. 신세계백화점이 점포 개점시간을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춘 게 대표적이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풍경도 달라졌다. 오전 8~9시에 출근해 오후 6~7시께 사무실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몇몇 대기업 빌딩 앞에선 오후 5시부터 이른 ‘칼퇴근’을 준비하는 직원과 이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퇴근버스로 붐비는 풍경도 생겼다.

LG전자의 한 직원은 “중국어 학원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며 “부인과 번갈아 집 근처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들을 직접 데려올 수 있게 된 것도 좋아진 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임원들도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운전기사가 있더라도 아침 출근 시간에는 직접 차를 몰고 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규모가 작은 기업들 사이에선 “남의 얘기”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들은 인력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급봉투가 얇아진 중소기업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는 곳으로 회사를 옮기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중소 건설사들 사이에선 ‘인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 말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금이 줄어들면서 40, 50대 숙련공은커녕 젊은 인부 구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월급이 줄다 보니 대리운전을 하는 등 ‘투잡족’으로 내몰린 직장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울산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모씨는 “잔업과 특근이 줄어 연간 급여가 500만~800만원가량 감소하게 됐다”며 “1주일에 이틀 정도 야간 대리운전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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