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말을 못 한다. 대신 칭얼거리거나 울음을 터뜨린다. 단어와 문법으로 이뤄진 말은 아니지만 아기의 음성은 그 자체로 아기의 말이다. 하지만 초보 엄마를 비롯한 다른 사람은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 아무리 달래도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 난처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이게 가능해?'란 물음을 불러일으킨 업체는 바로 '디플리(DEEPLY)'다.
지난해 설립된 디플리는 음성 분석 AI를 다루는 기업이다. 이수지 대표(사진)는 "AI로 사람을 '깊이' 이해하겠다는 뜻에서 회사 이름을 '디플리'로 지었다"고 소개했다. 뷰노, 루닛, JLK인스펙션 등 의료 영상을 판독하는 AI를 개발한 업체가 주목 받고 있는 요즘, 음성 분석 AI라니 생소했다. 이 대표는 "이미지보다 음성 분석 AI 전문가 숫자가 매우 적다"며 "우리 기술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디플리는 아기의 비언어적 음성을 분석해 배고픔, 기저귀 교체, 트림, 아픔, 온도·습도 등 아기의 5가지 상태를 알 수 있는 AI가 탑재된 사물인터넷(IoT) 기기 '루미(가칭)'를 만들었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그는 "동료들이 결혼, 출산, 육아에 관심 많은 30대이고 주변에 아기 키우기 힘들어하는 육아 초보가 많아 자연스럽게 이쪽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루미는 기기와 앱(응용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기기는 일상에서 뒤섞여 있는 다양한 소리 가운데 아기의 음성을 감지하고 이를 클라우드 서버에 보낸다. 서버로 전송된 음성 자료를 AI가 분석하면 이 결과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보통 2~3년 동안 아기의 성장 과정을 담은 육아일지를 쓰는데 앱에 쌓인 기록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만 2세까지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루미를 구현한 핵심 기술은 두 가지다. 우선 생활 소음에서 아기 음성을 민감하게 감지해야 한다. 다른 소리와 구별되는 아기 음성의 특징을 찾은 뒤 기계학습 기술을 적용해 알고리즘이 아기 음성을 골라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추출된 음성이 어떤 감정과 상태를 나타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 산후조리원 등에서 아기 음성 데이터 10만 개를 모으고 AI가 유형마다 나타나는 음성의 특징을 찾도록 했다. 정확도는 자체 평가 결과 90% 수준이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는 더 높아진다.
기자는 이 부분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배고플 때 아기 음성과 아플 때 아기 음성은 어떻게 다를까. 성량, 음높이, 음길이에 차이가 있을까. 대답은 뜻밖이었다. '모른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딥러닝 기술은 AI가 스스로 빅데이터에서 특성을 찾아내 유형화하는 것이지 사람에게 그 근거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숙련된 간호사나 육아 전문가는 아기 울음을 듣고 단번에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 AI를 이용해 그들의 직감을 프로그램으로 만든 셈이다.
루미는 이르면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연구개발 초기에 여성 150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시장 조사를 마쳤다. 이 대표에 따르면 아기 모니터링 시장 규모는 북미에서만 2조원 정도다. 디플리는 바깥에서 스마트폰으로 집 내부를 볼 수 있는 '웹캠'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식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웹캠은 북미에서 많이 쓰이는 소프트웨어다.
곳곳에서 디플리의 잠재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 3월 주관한 디지털 헬스케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당선돼 바이오 엑셀러레이터 뉴플라이트의 육성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뉴플라이트로부터 3억원 규모의 투자도 받았다.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결선에 진출해 오는 8월 다른 기업과 뜨거운 경쟁을 벌인다.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 학사, 서울대에서 뇌파 생체신호 분석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3년 동안 우울증 치료 기기로 유명한 '와이브레인'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공부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연구 쪽으로 나갈 생각은 없었냐'는 물음에 이 대표는 "공부를 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선물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어졌다"고 답했다.
지금은 아기의 말을 이해하는 수준이지만 디플리는 기침, 숨소리 등 사람의 몸에서 나는 소리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디플리가 소리로 사람을 얼마나 '깊이' 알 수 있게 만들지 기대된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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