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대표적인 페르소나로 꼽히는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에 대해 감사함을 드러냈다.
30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점에서 영화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내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그동안 그는 영화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등 가족 중심의 영화로 일본을 넘어 전세계 관객들에 공감을 샀다. 연기파 배우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등이 출연해 개성이 돋보이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먼저 "페르소나, 분신과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이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릴리 프랭키와는 촬영 전 단계에서 역할에 대한 편지를 주고 받았다. 손으로 편지를 써서 사진으로 찍어서 SNS로 보내주는 방식의 편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릴리 프랭키가 연기할 오사무라는 사람은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인간적으로 성장 않는 어려운 역할이다. 자식인 쇼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앞질러 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성장을 통해 아버지를 앞지르는 것에 대한 의식, 죄의식을 느끼고 슬픈 아버지 상이라는 설명을 해 드렸다"고 덧붙였다.
키키 키린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좋은, 훌륭한 배우라는 것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분 이상으로 좋은 배우가 없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촬영 중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극 중 6명이서 바닷가에 가는 장면이 있다. 촬영 첫 날 파도놀이 하는 가족을 보며 할머니가 입으로 뭔가 중얼거리는 장면을 찍었다. 저는 옆 얼굴을 찍고 있었다. 사실 중얼거리는 것이 대본에는 써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의식하지 못하다가 편집실서 보다보니 '입이 움직이네 뭐라고 하는거지?'라고 생각했고, 주의해서 보다보니 '고맙습니다'라고 하더라. 배우 스스로 그렇게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독은 또 "영화에서 이 장면이 키키 키린의 마지막 신이었는데 이 말을 한 것을 보고, 영화의 줄거리 상 그 부분이 나올 수 있도록 대본을 수정해갔다. 영화의 주제, 중요한 핵심에 대해서 배우로서 포착해내고 본인이 받아들이고 잡아내는, 자연스럽게 슬쩍 꺼내놓는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키키 키린은 제가 그런 것에 대해 간과하고 연출했다면 '이 연출자가 별로네'라고 생각했을 수 있을것 같다. 배우가 꺼낸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 쳐서 하는 '진검 승부'를 늘 하고 있다. 주고받는 과정이 가능한 배우가 현장에 있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큰 혜택"이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26일 국내 개봉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