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株 시대 저물고 가치株 시대 열리나

입력 2018-07-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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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술株·韓 바이오株 급락…인터넷·엔터·게임株로 조정 확산

넷마블·카페24 등 하락세
건설·전기·통신·車는 올라

"가치-성장株 가격차 좁혀질 것"
"글로벌 제품 수요 많은 삼성SDI 등은 여전히 유망"



[ 임근호/김동현 기자 ] 지금은 의미 있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커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적용받는 성장주 투자심리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주, 미국의 기술주가 최근 잇달아 급락한 뒤 국내 바이오, 인터넷·게임, 미디어·콘텐츠주로 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수년간 계속된 성장주 시대가 끝나고, 실적 대비 저평가된 주식을 뜻하는 가치주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성장주 조정 확산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48포인트(0.06%) 내린 2293.51로 마감했다. 넷마블(-3.75%) 네이버(-2.80%) 더존비즈온(-2.99%) 카카오(-2.51%) 등 인터넷·게임·소프트웨어주와 동아에스티(-4.0%) 한미약품(-2.47%) 삼성바이오로직스(-0.93%) 등 제약·바이오주가 하락세를 이끌었다. 실적 대비 주가가 낮아 최근엔 가치주로 분류되는 건설, 정유·화학, 전기·가스, 통신, 자동차 업종은 대부분 올랐다.

바이오, 인터넷·게임, 미디어·콘텐츠 등 성장주가 대거 포진한 코스닥지수는 이날 4.18포인트(0.54%) 하락한 769.80에 거래를 마쳤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24는 7.48% 떨어졌고 제이콘텐트리(-5.99%) 스튜디오드래곤(-5.29%) 컴투스(-4.94%) 위메이드(-4.51%) 코미팜(-5.62%) 에스티팜(-6.12%) 등도 낙폭이 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에서 인텔,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기술주가 급락한 것이 성장주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가치주 시대 오나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을 계기로 가치주에 대한 관심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대표는 “그동안 성장주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이 아닌지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당장 가치주 시대가 열리긴 힘들겠지만, 그동안 크게 벌어졌던 성장주와 가치주 간 가격 차이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간자산운용도 3분기 글로벌 주식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에 성장주와 가치주 간 괴리가 크게 벌어졌다”며 “가치주 투자로 수익을 얻을 기회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서 성장주와 가치주 간 갭(가격 차이) 메우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WMI500 순수가치’ 지수의 상승률은 0.76%로 같은 기간 ‘WMI500 순수성장’ 지수의 성과(-5.75%)를 앞질렀다.

순수가치는 순수가치주 성향의 종목만으로 구성된 지수다. 포스코 KB금융 현대차 LG화학 SK텔레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순수성장은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네이버 LG생활건강 등 성장주를 포함한다. 순수가치 지수와 순수성장 지수의 지난 1년간 등락률은 각각 -11.29%와 12.14%로 성장주의 성과가 좋았다.

◆“아직은 성장주 시대”

“지금은 성장주를 저가 매수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많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으로 성장주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주의 3분기 실적이 기대된다”며 “기술 혁신을 통해 불확실성을 돌파할 수 있는 성장주에 대한 선호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장주에 ‘베팅’하려면 가치주보다 꼼꼼히 기업 실적 전망과 성장 잠재력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주, 삼성전기·삼성SDI와 같이 글로벌 제품 수요가 많고 성장 기대가 큰 성장주들은 여전히 유망하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작년 동기에 비해 2696.5%, 192.6% 증가했다.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가치주가 오르려면 미국 금리가 3% 이상으로 올라야 하고, 글로벌 경기와 무역전쟁 등이 안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근호/김동현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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