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정년 퇴직을 실시한 KEB하나은행을 필두로 은행권이 올 연말 줄줄이 인력 감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1년 새 4대 시중은행에서만 2600여명이 넘는 행원들이 짐을 쌌지만 금융당국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은행권에 희망퇴직을 독려하면서 인력 감축 바람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31일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자를 심사해 총 274명을 퇴직시키기로 했다. 준정년 특별퇴직 대상자는 만 40세 이상, 근속기간 만 15년 이상인 임직원이다.
하나은행은 관리자급 직원 27명에 27개월치 급여를, 책임자(181명)·행원급(66명)에게는 최대 33개월치 급여를 일시 지급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이 준정년 특별퇴직에 나선 것은 2016년 이후 2년 만이다. 은행 측은 세대교체를 통한 인력 구조 효율화를 위해 특별퇴직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영업환경이 변화한 만큼 꾸준히 인력 구조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매해 인력을 대규모로 줄이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 임직원 수는 10만8900여명으로, 3년 전에 비해 9720여명(8.2%) 감소했다. 모바일·인터넷뱅킹으로 전통적인 영업점 대면 거래가 줄고, 비대면 금융 거래가 확산되면서 영업환경이 급변한 탓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도 은행권의 '희망퇴직'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희망퇴직을 늘려서라도 신규 고용 창출에 나서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희망퇴직 대상자에게 퇴직금을 많이 주면 10명이 퇴직할 때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이번 준정년 퇴직이 정부의 코드 맞추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활성화하는 것은 은행의 의지라고 볼 수 있지만 희망퇴직을 늘리면서 동시에 대규모 신규채용에 나서는 것은 오로지 은행의 의지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1년 사이 우리은행은 1000여명, 신한은행 780여명, 국민은행은 400여명의 임직원들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올해 연말에도 은행들이 줄이어 희망퇴직을 단행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에 임금피크제 진입을 앞두고 있는 직원들을 포함해 희망퇴직 규모를 늘릴 것이란 예상이다.
시중은행의 한 노동조합원은 "임금피크제 진입을 앞둔 직원들은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통상 12월에 이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한다"며 "하나은행이 준정년 희망퇴직을 실시한 만큼 다른 은행들도 이와 비슷한 조건에서 규모를 늘려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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