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甲질'에 치이고 '알바 乙질'에 울고… 고단한 자영업자들 "우리편은 아무도 없어"

입력 2018-08-01 17:34  

2018 자영업 리포트


[ 성수영 기자 ] 조모씨(42)는 전국 자영업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허위 이력서에 속아 조씨를 고용한 자영업자들은 첫날부터 협박에 시달렸다. 법령 위반부터 업주의 개인적인 약점까지 내용도 다양했다. 근로기준법과 건축법 등 다양한 관계 법령을 암기한 조씨를 당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과 의도적으로 싸운 뒤 해고 통보를 받으면 그동안 수집한 정보들을 들이밀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수법도 썼다. 2011년부터 시작된 조씨 범행은 지난해 5월 경찰에 검거되면서 6년 만에 겨우 끝났다. 그동안 피해를 입은 업체 수만도 36개에 달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근로자와 소비자 사이에 낀 우리가 법적으로 가장 약자”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지역 노동분쟁 신고건수는 9만7042건에 달했다. 2016년 대비 13.2% 늘어난 숫자다. 이 중 79.2%인 7만6866건이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대다수가 근로계약서 미작성, 퇴직금 등 임금 미지급 때문에 벌어진 분규였다. 작년부터 사업주가 노동법을 세세히 알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돈을 타내는 ‘얌체 근무자’가 급증했다는 게 자영업 현장의 목소리다.

반면 갑자기 결근하거나 예고 없이 그만두는 직원들로 인해 입는 피해는 자영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서울 신촌의 한 음식점 주인은 “최소 3개월 이상 일하기로 약속한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영업시간을 줄여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영업자는 ‘파워블로거’ ‘맘카페’ 등 막강한 힘을 가진 소비자들에게도 시달린다. “좋은 후기를 올려주겠다”며 공짜 상품을 요구하거나 악의적인 글을 올리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기 동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37)는 “다른 손님들을 때리고 다니는 아이를 제지했더니 인터넷에서 ‘아이를 때린 점주’가 돼 있었다”고 털어놨다. 해당 손님 연락처를 수소문해 게시물을 삭제할 수는 있었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예전보다 훨씬 줄었다는 설명이다.

일방적으로 자영업자에게 불리한 법령도 많다.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이 대표적이다. 신분을 속인 청소년에게 주류·담배 등을 판매한 자영업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알바생의 권리를 위한 ‘알바노조’가 설립되고 고용노동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알바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을 위한 기관이나 단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음식점 주인은 “고용주는 무조건 갑이고, 알바생은 을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 고용주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어주는 곳이 없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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