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났던 가게 최저임금 오르며 월세도 밀리게 돼
건강까지 망가져, 내달 가게문 닫는다
"건물주인이 임대료도 깎아줬지만 불황에 최저임금 뛰며 모든 게 망가져"
[ 성수영 기자 ]
1일 오전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인사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이라고 소개한 황종현 씨(59)는 다짜고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이날 한국경제신문에 실린 자영업 시리즈 ‘생계형 자영업에 내몰리는 50~60대’를 읽고 마치 본인 얘기라 생각해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황씨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통화하는 30분 내내 골목식당 현실에 대해 절절한 사연을 쏟아냈다. 불황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까지 겹쳐 장사를 접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할 때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가게를 직접 방문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점심시간만 피해 달라고 했다.
예정보다 이른 점심 무렵에 찾아간 식당(낙지볶음집)은 테이블이 절반이나 비어 있었다. 황씨는 다음달 가게 문을 닫는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밀리기 시작한 월세를 보증금으로 메워도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에 확인한 가게 하루 매출은 12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2010년 이 식당을 인수했다. 남대문에서 하던 작은 옷가게로는 대학생인 두 자녀 등록금을 도저히 댈 수 없었다. 경기 남양주에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1억3000만원을 빌렸다. 권리금 8000만원에 보증금 5000만원, 임차료 월 280만원 조건으로 가게를 계약했다. “실패할까 봐 두려웠지만 가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황씨는 말했다.
다행히 가게는 ‘대박’이 났다. 상권 침체로 손님이 점차 줄어도 월세가 밀릴 일은 없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기 전인 작년까지는 그랬다. 올들어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다. 황씨는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모든 게 망가졌다”고 했다.
매출 감소에도 오르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황씨는 직원 네 명을 모두 내보냈다. 휴일 없이 종일 주방에서 요리하고 음식을 나르다 보니 건강이 금세 망가졌다. 얼마 전엔 출근길에 종각역 계단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날도 그는 이명 증세로 병원을 다녀왔다.
황종현 씨 가게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66.6㎡ 가게에 아르바이트생을 네 명이나 써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하루 매출이 200만원을 넘는 날도 많았다. 이젠 과거 얘기가 됐다.
건물주에게 줘야 하는 임차료 부담이 크지 않으냐는 질문에 황씨는 “참 고마운 분”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가 가게를 연 지 한 달 만에 사고를 당해 월세를 석 달 넘게 밀렸을 때도 건물주는 “걱정하지 말고 장사를 더 해보라”고 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임차료를 총 100만원밖에 내지 못한 황씨에게 건물주는 오히려 월세를 30만원이나 깎아줬다. 그는 “내가 선택해 계약한 곳인데 누굴 원망하겠느냐”며 “차라리 월세가 밀렸을 때 매정하게 쫓아냈더라면 보증금을 덜 날렸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든다”고 했다.
지난달부터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 손님이 아예 사라졌다. 두 달 전만 해도 인근 대기업 직원들이 회식을 한다며 하루에 적어도 서너 팀은 예약했으나, 지난달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 시행되면서 회식 손님도 발길이 뚝 끊겼다. 가게를 내놓은 지 오래지만 문의하는 사람조차 없다. 권리금을 2000만원으로 깎아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황씨는 “매일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며 “누구든 좋으니 제발 살려달라”고 울먹였다.
인근 가게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며 장사를 이어가는 업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오랫동안 장사한 가게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일상이 됐다.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홍대 강남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어디든 사정은 비슷하다”고 했다.
가족들도 아직 자세한 사정을 모른다고 그는 털어놨다. 황씨는 “내 얼굴이 나가면 가족들이 더 힘들어할 줄 알지만 국민과 정치인들에게 자영업자들의 힘든 실태를 알리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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