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자연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일 충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7분께 제천시 왕암동의 한 원료 의약품 제조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불은 공장과 창고 등을 태워 3억5천만원(소방서추산)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2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방과 경찰 인력 230명과 29대의 장비를 투입된 뒤에야 겨우 불길이 잡혔다.
소방당국은 "야간작업을 하던 중 공장 야적장에 쌓아놓았던 화장품 고체 폐기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는 공장 관계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자연발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제천은 이날 오후 2시 26분 수은주가 39.8도까지 치솟는 등 기상 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해 소방당국의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37분께는 전남 여수시 화양면의 한 폐축사에서 불이 나 3시간 만에 진화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 화재 역시 축사에 쌓아둔 깻묵이 원인이었다.
소방당국은 깻묵이 폭염에 발효되면서 온도가 급상승, 저절로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오후 2시 24분께 목포시 산정동 한 석탄 야적장에서도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는데 원인분석을 해보니 야적장에 쌓아둔 석탄 더미에 열이 축적돼 불이 난 것이었다.
라텍스 소재 물건도 자연발화 추정 화재의 원인으로 요주의 대상이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41분께 부산 금정구 한 아파트 A씨 집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 확인 결과 A씨 집 창가 의자에 놓인 라텍스 소재 베개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늘색 커버가 씌워진 이 베개는 절반가량이 타 이미 갈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고온의 직사광선이 베개를 장시간 내리쬐면서 열이 축적돼 베개와 베개가 놓여있던 의자 부분을 태운 것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자연발화는 주변 온도와 습도가 높고 열 축적이 쉬운 상황에서 윤활유, 기름, 퇴비, 음식물, 폐기물에서 많이 나타난다.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될 때는 저장소 온도를 낮추고 통풍이 잘되도록 하는 등 안전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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