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GR 결함이 화재 원인인가
정부 "원인 파악 10개월 걸려"
(2) 한국에서만 화재 잦은 이유
한국서 많이 팔려…폭염 원인도
(3) EGR 교체하면 문제없나
해당부품 안 쓴 車 아직 불 안나
(4) EGR 어디서 만들었나
한국업체가 생산해 독일서 조립
(5) BMW 알고도 묵살했나
국토부 "결함 은폐 여부 조사"
[ 도병욱/서기열 기자 ] BMW 차량에 불이 나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28번째다. 2일에는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104㎞ 지점에서 최모씨가 몰던 BMW 520d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행 중 가속페달이 작동하지 않아 갓길에 차를 세웠는데, 곧이어 차량 앞부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지난달 26일 520d를 포함한 42개 차종 10만6317대를 대상으로 긴급 안전진단과 함께 리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도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주행 중 화재 사고가 왜 계속되는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무엇인지 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1) 화재 발생 원인은
BMW 측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에 문제가 생겨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특정 EGR 제품을 쓰는 차량에서만 불이 났다는 이유에서다. EGR은 디젤을 연료로 쓰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를 식힌 후 재순환시키는 장치다.
EGR 내 냉각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고온의 배기가스가 그대로 흡기관에 유입되고, 이 배기가스가 흡기관에 구멍을 내게 된다. 이 구멍으로 고온의 가스가 새어나가고, 차 내부 온도를 높여 화재로 이어졌다는 게 BMW의 주장이다. 정부는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약 10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2) 왜 한국에서만 불이 날까
BMW의 답변은 “한국에서 해당 모델이 워낙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520d 모델을 놓고 보면 전체 연간 생산량의 약 30%가 한국에서 팔린다. 많이 팔린 만큼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BMW 화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다 보니 특정 차량에만 불이 난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 자동차 화재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방청에 따르면 연간 발생하는 자동차 화재는 5000여 건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는 BMW의 답변이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EGR 결함 때문에 BMW 차량에 불이 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BMW가 한국의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작동시켜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BMW는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유례없는 폭염이 화재 빈도를 늘린 원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부터 화재 건수가 급증한 걸 보면 폭염과 연관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 EGR만 교체하면 안전할까
자동차 수리 명장으로 알려진 박병일 씨 등 일부 전문가는 “오일 찌꺼기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시스템 자체를 바꾸거나 EGR 파이프를 불이 안 붙는 재질로 제작하지 않으면 리콜하더라도 불이 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BMW 관계자는 “문제가 된 EGR을 교체하면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제가 된 부품을 쓰지 않은 2017년 및 2018년형 자동차에 불이 나지 않은 것만 봐도 특정 부품 문제라는 설명이다. BMW는 해당 부품이 확보되는 이달 중순부터 리콜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EGR을 교체했는데도 화재가 발생하면 다시 원인을 파악해봐야 한다”며 “이런 경우 100% 신차로 교환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 문제 부품은 어디서 만들었나
김경욱 실장은 “관련 부품 일부를 한국에서 생산하고 이를 독일로 가져가 조립한 뒤 다시 한국을 비롯한 각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경남 양산에 본사를 둔 K사가 문제가 된 EGR 모듈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부품사 관리는 독일 본사에서 하기 때문에 한국법인은 전혀 관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 BMW가 늑장 대응했나
일부 소비자는 BMW가 제때 대응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부터 BMW 특정 차종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가 퍼졌는데도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늑장 대응을 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라며 “BMW가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면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BMW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초기 대응이 늦은 것은 화재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EGR 모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BMW는 오는 14일까지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을 마칠 계획이다. 진단 대상 고객을 위해 필요하면 렌터카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도병욱/세종=서기열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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