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문건 원래 제목은 '시국 관련 대비계획'"… 계엄이란 단어 없었다

입력 2018-08-02 17:57  

軍 특수단 '기무사 의혹 수사 경과' 발표

제목만 보면 단순 대비 계획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으로
명칭 바뀐 구체 경위는 안 밝혀
"문건 작성 TF 비밀리에 운영
계엄시행 준비내용 다수 확인"

여야 '계엄령 문건' 공방
한국당 "단순한 비상대비 문건
盧 탄핵때 작성 문건 제출하라"
민주당 "기무사 내란음모 의혹
김병준이 파장 축소하려 애썼다"



[ 정인설/박재원 기자 ]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국방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이 “기무사의 계엄문건 보고서의 원래 제목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다”고 2일 발표했다. 청와대가 지난달 20일 “박근혜 정부의 기무사가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했지만 최초 문건 제목엔 ‘계엄’이란 단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특수단이 기무사 압수물에서 계엄 시행과 관련된 구체적 문서를 확보해 향후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원래 문건 제목엔 ‘계엄’ 단어 없어

특수단이 이날 ‘기무사 의혹 수사경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논란이 됐던 계엄령 문건의 원래 제목과 새롭게 확보한 계엄 준비 관련 문건들이다. 특수단은 먼저 계엄 보고서의 원래 제목이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아니라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고 했다. 제목만 놓고 보면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계엄 실행이나 쿠데타 같은 내란 음모 방안이 아니라 만약의 상황을 가정한 단순 대비계획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특수단은 문건 제목이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에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으로 바뀌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달 20일 긴급브리핑에서 그렇게 인용한 경위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16일 수사를 시작한 뒤 새롭게 확보한 문건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특수단은 “(계엄문건이 저장돼 있던 기무사의) USB 안에 수백 개의 파일이 저장됐다가 삭제된 흔적을 발견하고 이 중 상당수를 복구했다”며 “복구된 파일에 계엄 시행 준비에 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점에 주목하고, 압수물 분석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무사는 계엄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를 비밀리에 운영하기 위해 ‘미래 방첩업무 발전방안 TF’란 이름으로 인사명령·예산, 별도 장소를 확보했고, 망이 분리된 PC를 이용해 문건을 작성했으며 TF 운영 이후 사용된 전자기기를 포맷했다”고 설명했다. 기무사가 작년 2월 계엄령 문건 작성을 위해 구성한 TF는 은밀하면서도 독립적으로 활동했고 활동기록 삭제도 시도했다는 것이 특수단의 얘기다.

특수단 내 계엄문건 수사팀 16명은 이날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민군 합동수사단 사무실로 이동했으며 세월호 민간인 사찰 수사팀은 국방부 영내 특수단 사무실에 남아 수사한다.

◆정치권 공방 가열

여야는 이날 계엄령 문건의 성격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기무사가 2017년 작성한 문건은 단순한 비상대비 문건”이라며 “민주당과 좌파 시민단체가 한국당을 내란 공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몰상식한 야당 탄압”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무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작성한 문건과 관련해) 세부 내용이 들어간 수십 쪽을 은폐했다”며 기무사에 관련 문건 제출을 요구했다. 또 “기무사가 2004년과 2017년에 어떤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했는지를 모두 들여다보면 작년 계엄령 문건이 무엇을 대비하려는 것인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이 파장을 축소하려 애쓰고 있다. 기무사 감싸기가 상식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의 “기무사 문건은 내란음모나 쿠데타가 아니라 위기계획 매뉴얼 정도로 본다”는 언급을 거론하며 “보수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는 뼈아픈 진단이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기껏 들고나온 카드가 ‘박근혜 정부의 행동대장’ 기무사를 비호하는 일이라니 안타까울 지경”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인설/박재원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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