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성장 가능성 높은데
한국은 왜 中·日만큼 관심 없나"
[ 강경민 기자 ] “한국은 경제 발전을 꾀하는 동아프리카 국가들의 롤모델이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73·사진)은 2일(현지시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비영리 시민단체인 글로벌피스재단(GPF)과 우간다 정부 공동 주최로 열린 ‘글로벌피스 리더십 콘퍼런스 2018’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밝혔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한국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며 “하지만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한국에서 벤치마킹하고 싶은 기업이 어디냐고 묻자 기자가 인터뷰 녹음을 위해 들고 있던 휴대폰을 가리키며 “삼성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삼성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발돋움시킨 기업가정신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벤치마킹하고 싶은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에 필요한 것은 도로와 다리 등 인프라가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아프리카 국가의 발전을 위해선 도로와 다리보다 인적 자원 개발과 교육 투자가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동아프리카 국가에 기업가정신을 함양시킨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행사에는 우간다를 비롯해 케냐, 탄자니아, 르완다, 남수단, 부룬디 등 동아프리카공동체(EAC) 6개 회원국 대통령과 부통령 등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남북한 간 평화가 유지되고 통일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우간다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국가들이 보유한 막대한 천연자원 등 성장 잠재력에 대해 아직까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이 동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나서 아프리카 각국에 대규모 ‘돈보따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은 현 정부 들어 해외 자원외교를 ‘적폐’로 치부하는 인식 탓에 본격적인 아프리카 진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에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케냐와 탄자니아를 방문하는 등 아프리카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하지만 중국 등의 ‘물량공세’에 반감을 드러냈다. 도로와 교량, 철도 등 인프라 공사를 제안하고 있지만 기술 노하우는 전수하지 않고 천연자원에만 관심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 중국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가 거절했다는 일화를 기자에게 전하기도 했다.
2일(현지시간) 행사를 앞두고 몇 달 전부터 요청했던 무세베니 대통령과의 공식 인터뷰는 현장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 내란 등의 이유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통령 경호가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하지만 행사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자 “한국 국민과 기업들에 우간다를 알리고 싶다”며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6년 집권 이후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해 김일성 전 주석을 만나는 등 북한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16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 중단을 전면 선언했다.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남북 간의 평화가 유지되고 통일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캄팔라=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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