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韓·美 대학의 기술이전 차이

입력 2018-08-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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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승 < 한양대 에리카 부총장 wskim@hanyang.ac.kr >


정부의 ‘2016년도 연구개발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4.24%로 이스라엘(4.25%)에 이어 세계 2위다.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 총액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다. 하지만 상업화 수준은 세계 43위다. 산학협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425개 고등교육기관 기술이전 총수입은 761억원이다. 같은 해 미국 프린스턴대의 기술이전 금액인 1410억원, 스탠퍼드대의 1015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 대학의 기술이전 실적이 미진하다는 비판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한국과 미국 대학의 기술이전 실적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한국과 미국의 대학 기술이전 건수는 비슷하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차이가 많이 난다. 한국에서 2015년 건당 기술료가 가장 큰 대학의 평균액은 5700만원, 미국은 16억2600만원이다. 한국 대학의 건당 기술료는 이처럼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대학들의 전체 기술이전 건수 중 생명과학 분야는 20~30% 수준이다. 미국에선 생명과학 분야가 기술이전 건수의 65%, 수입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연구비 상위 20개 대학 중 17곳이 생명과학 분야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 중 의학연구비가 가장 크다. 미국 대학의 누적 기술이전 수입액 기준 상위 79개 대학 중 의·약학대학이 없는 곳은 총 13개뿐이다. 이처럼 미국 대학의 기술이전 수입액에서 생명과학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프린스턴대의 2015년도 기술이전 건수(16건)에 대한 총액(1614억원) 중 생명과학 분야 4건의 금액은 약 1550억원으로 총액의 96%를 차지한다. 프린스턴대는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통해 큰 기술이전 수익을 거두고 있다. 소수의 ‘성공적 제품’에서 대부분의 기술이전 수입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에선 수준 높은 큰 규모의 기술이전이 이뤄지고 있다. 기술이전센터에도 대학의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다수 포진해 있다. 한국 대학에서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 투입에는 한계가 있다. 대상 기술 영역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학의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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