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스티브 잡스의 아이들

입력 2018-08-05 17:47  

고두현 논설위원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의 자녀 이야기는 거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잡스는 생전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달라”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사생활을 지키려 애썼다. 이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입양아로 출발한 그의 불우한 인생 역정 때문이기도 했다.

잡스의 자녀는 넷이다. 장녀인 리사 브레넌-잡스(40)는 그가 23세 때 낳은 혼외딸이다. 이후 1991년 로렌 파월과 결혼해서 아들 리드 폴 잡스(27)와 딸 에린 시에나 잡스(23), 이브 잡스(20)를 낳았다.

지난 주말 큰딸 리사가 자서전 초안을 공개하면서 이들의 내밀한 얘기가 일부 드러났다. 작가로 활동하는 리사는 내달 출간할 《스몰 프라이(Small Fry·하찮은 사람)》의 요약본을 통해 아버지와의 애증을 털어놨다. 리사는 애플을 막 창업한 잡스가 고교 때부터 사귀어온 연인 브레넌의 임신을 알고 헤어진 상태에서 세상에 나왔다. 브레넌은 정부 보조금이 부족해 청소와 식당 일을 하며 홀로 리사를 키웠다. 한때 딸의 존재를 부인했던 잡스는 1980년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로 판명되자 양육비로 매월 500달러를 부쳤다.

브레넌은 리사가 태어난 뒤 7년간 총 13번 이사를 다녔다. 잡스는 그들의 월세방을 한 달에 한 번 찾았지만 별다른 물질적 도움은 주지 않았다. 그는 결혼해 세 자녀를 둔 다음에야 리사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리사가 “1983년 ‘애플 리사’라는 매킨토시 신모델을 내놨을 때 내 이름을 땄던 거예요?”라고 묻자 잡스는 처음에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 “그렇다”고 시인했다.

리사는 잡스의 지원으로 명문 팰로앨토고와 하버드대, 런던 킹스칼리지를 졸업한 뒤 뉴욕에 자리를 잡았고 아버지의 암 투병 때 곁을 지켰다. 잡스는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세상 이치를 조금씩 깨우치는 과정에서 리사와 다정한 관계를 회복했다고 한다. 애플이 민간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시점에서 밝혀진 가족사의 새로운 이면이다.

잡스의 막내딸 이브는 활달한 성격으로 인스타그램에 개인 사진을 자주 올린다.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인 이브는 승마 선수로도 실력을 뽐내고 있다. 빌 게이츠의 딸 제니퍼 게이츠와 친구다. 제니퍼도 승마에 남다른 소질이 있다.

잡스의 아들 리드와 셋째 딸 에린은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사생활에서 ‘은둔의 삶’을 고집하고 있다. 잡스는 이들의 가정교육에서 철저하게 엄격하고 냉정했다고 한다. 그가 자녀들의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하루 몇시간 이내로 제한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대신 저녁 식사 시간에 부엌 테이블에 둘러앉아 책과 역사 등 다양한 문제들을 토론하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자녀들은 IT기기에 중독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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