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1 수준 600억달러 '맞불'
'트럼프 표밭' 에너지 집중 타격
美에 대화 희망 신호도 보내
[ 강동균/김동욱 기자 ] 중국 정부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등 에너지 수입 축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이 내놓을 통상전쟁 보복 카드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무원은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검토하는 미국에 맞서 600억달러 규모 5207개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해당 목록에는 LNG와 원유, 석유화학 제품이 처음 포함됐다. 중국의 보복 규모는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미 정부가 민감해하는 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더 맞췄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유 석유화학기업 시노펙의 자회사인 유니펙은 같은 날 미국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 시노펙은 미국산 원유 수입 1위 업체다. 유니펙은 수입 중단 기간을 밝히지 않았지만 원유시장 트레이더들은 최소한 오는 10월까지는 주문 물량이 없다고 전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유니펙은 미국산 원유 거래를 하루 30만 배럴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에 비해 세 배가량 늘어난 물량이다. 하지만 미·중 통상전쟁으로 계획은 지켜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페트로차이나와 젠화오일, 민간 정유기업들도 미국과의 거래를 축소하거나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서부 아프리카 지역과의 원유 거래는 급증하는 추세다. 이달 수입 물량은 하루 160만 배럴로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석유기업들은 러시아와도 거래를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보복관세로 미국 LNG업계가 입는 피해가 수십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보복관세 목록에 예상과 달리 LNG를 포함하는 강수를 뒀지만 추후 사용할 카드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추가 보복관세 규모가 미국은 2000억달러인 데 비해 중국은 600억달러에 불과하다. 1~3차 보복관세 규모를 모두 합하면 미국은 2500억달러지만 중국은 1100억달러에 그친다.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대상은 지난해 대미 수입액(1300억달러)의 80%를 넘어섰다. 반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약 5000억달러)의 절반가량만 관세 부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 추가로 보복할 대상 품목이 많이 남아 있지만 중국은 거의 없다. “중국이 쏠 수 있는 총알이 바닥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미국에 대화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3일 인민은행이 외환 선물거래 증거금을 20%로 올린 것은 자금 유출을 막는 동시에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미국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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