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탈북 여종업원들, 한국行 몰랐다… 출발 직전 5명 사라져"

입력 2018-08-06 17:37  

NYT, 식당 지배인 인터뷰

"北에 年 10만달러 송금 부담
北 감시요원이 뇌물 상납 요구
南정보기관 소개받아 탈북 요청

남측 인물이 여종업원 19명
함께 데리고 오라 요구했다"



[ 김채연 기자 ]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유경식당 여종업원과 집단탈북한 식당 지배인 허강일 씨는 북한의 뇌물 압박 요구와 한국 국가정보원의 협박을 받아 여종업원들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허씨의 인터뷰를 토대로 탈북 배경과 과정을 비롯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허씨는 2013년부터 22명의 여종업원과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성의 한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본국으로 연 10만달러(약 1억1200만원)를 송금하라는 임무를 받았고 북측 감시요원으로부터 끊임없이 뇌물 상납 요구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듬해 한 조선족 인사에게 “남쪽 정보기관 인사를 아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고 NYT는 전했다. 허씨는 소개받은 남측 정보기관 인사에게 2015년 북한 엘리트그룹 친구들로부터 입수한 북한 미사일 및 잠수함 프로그램과 관련한 정보를 전달했다.

허씨는 다시 그 조선족 인사로부터 남측 정보기관과의 접촉 사실을 이유로 10만달러를 달라는 협박을 받자 종업원들과 함께 상하이 근처 유경식당으로 거점을 옮겼다. 조선족 인사가 그곳까지 찾아오자 허씨는 2016년 초 자신을 한국으로 데려다 달라고 남측 정보기관 인사에게 요청했고, 같은 해 5월30일을 탈북 일로 정했다.

그러나 남측 정보기관 인사가 갑자기 허씨에게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19명 여종업원을 함께 데리고 오라고 요구했다. 허씨가 요구를 거부하자 정보기관 인사는 협력 사실을 북측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여종업원들을 데리고 오면 수백만달러를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허씨는 북측에 남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탈북 사실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탈북을 결심했다.

허씨는 같은 해 4월6일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 티켓 20장을 준비한 뒤 19명의 여종업원에게 이동 준비를 지시했다. 그런데 상하이 공항으로 떠나기 수시간 전 여종업원 5명이 사라졌다. 허씨는 남은 14명과 함께 5대의 택시에 나눠타고 상하이 공항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유경식당 주인이 차를 타고 추격해 차 한 대를 들이받으면서 2명은 일행에서 이탈했다.

허씨는 나머지 12명과 함께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한 뒤 택시를 타고 말레이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으로 향했다. 대사관에서 대한민국 태극기를 보고서야 자신들의 행선지를 알아챈 여종업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허씨와 여종업원 등 총 13명은 당일 밤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고 이튿날인 4월7일 아침 한국에 도착했다. 통일부는 바로 다음날 이들의 집단탈북을 공개했다.

허씨는 국내 입국 이후 편의점 점원과 택배 기사로 일했으며 자신의 한국행 이후 북한 내 가족들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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