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캐디 '고용보험 의무화' 논란

입력 2018-08-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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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예술인 적용 추진
"되레 일자리 위협할 것" 우려

"사업주 부담 커져 특수고용직 일자리만 줄 것"

보험료 부과 대상도 불명확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도



[ 심은지 기자 ] 정부가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특수고용직)와 예술인도 고용보험 의무 적용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직업군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사업주에게 인건비 부담만 지워 오히려 특수고용직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고용보험위원회를 열어 특수고용직과 예술인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실업급여를 주는 내용의 고용보험 적용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6일 발표했다. 특수고용직은 회사와의 근로계약이 아니라 독립사업자(자영업자)로서 계약을 맺는 형태로,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등 230만 명에 달한다. 프리랜서 성격이 강한 예술인도 특수고용직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고용부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특수고용직도 비자발적인 이유로 직업을 잃으면 월평균 보수의 50%인 실업급여(상한액 하루 6만원)를 최대 8개월 동안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특수고용직 일부 업종부터 의무 가입이 적용된다.

현장에선 “계약 형태와 업무 수행 방식 등이 점점 다양해지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조치”라고 지적한다. 획일적인 고용보험 의무화가 골프장의 ‘노(no) 캐디’ 정책, 보험대리점(GA) 활용 등으로 이어져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의무적용은 산업 현장에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당장 보험료 부과 대상조차 불명확하다. 현행 고용보험은 임금 근로자 본인과 사용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각각 월급의 0.65%를 낸다. 고용부는 특수고용직의 보험료도 임금 근로자와 동일하게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주다. 특수고용직은 복수의 음식점과 계약을 맺은 배달 기사처럼 직업 형태상 사업마다 제각기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어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료 절반을 내야 하는 사용자가 분명치 않다는 얘기다.

사업주들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인력 운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실업급여 부분에 대한 보험료만 내도록 추진 중이지만 향후 출산 전후 휴가급여, 직업교육비 등의 보험료도 추가로 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사업주들이 계약을 맺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의 수를 줄이고 이를 외부업체에 맡기려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선 전속 설계사를 쓰는 대신 보험대리점(GA)에 영업을 맡기는 보험회사가 증가하는 추세다. 캐디가 없는 ‘노(no)캐디’ 골프장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적용 당사자들도 미지근한 반응이다. 특수고용직은 대체로 근무 장소와 방법이 자유롭다. 소득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고소득 보험설계사 등은 수익을 떼어 보험료로 내는 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고용보험기금 고갈을 우려한다. 고용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올 들어 실업급여 지급액은 매월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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