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하 결핵·호흡기학회 이사
[ 이지현 기자 ] “올해 만성폐쇄성폐질환 국제기구(GOLD)는 처음으로 초미세먼지(PM2.5)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급성악화(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것)와 유병률에 영향을 준다고 발표했습니다. 스스로 COPD라는 사실을 모르는 환자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합니다.”
유광하 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건국대병원 진료부원장·사진)는 “담배를 10갑년 이상 피운 흡연자가 50세와 60세에 폐기능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D는 기관지와 폐에 만성 염증이 생겨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세계에서 2초에 한 명씩 COPD로 사망한다. 환자는 물론 사망자도 늘어 2020년에는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에 이어 세계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COPD를 일으키는 가장 명확한 요인으로 꼽힌 것은 담배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COPD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됐다. 아시아 지역 환자의 3분의 1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COPD 환자가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급성악화로 진행할 위험이 더욱 커진다. 급성악화를 겪어 입원하면 3.3년 안에 환자 절반이 사망한다. 7.7년 안에 사망하는 사람은 75%에 이른다.
COPD 환자 스스로 담배를 끊고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해야 급성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지원은 거의 없었다. 국내 COPD 환자는 34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이 중 실제 병원을 찾아 진단받은 환자는 2.8%에 불과하다. 상당수 COPD 환자가 병에 걸린 사실도 모르는 채 담배를 피우고 미세먼지가 가득한 거리를 걷고 있다. 유 이사는 “COPD 환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바깥 외출을 자제하고 가급적 실내에 있어야 한다”며 “미세먼지에 취약한 계층에게 정보를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COPD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한 해 1조4000억원 규모다. 환자 1인당 740만원을 지출했다. 고혈압 환자의 10배, 당뇨병 환자의 5배에 달한다. 입원비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유 이사는 “COPD 국가 검진을 도입하면 이 같은 지출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 COPD 진단을 받는 환자는 대개 숨이 찬 증상을 호소한다. 3층 계단을 오르는데도 힘이 든다거나 등산을 하는데 친구들보다 숨이 차다고 말하는 환자가 많다. 숨찬 증상을 호소하는 것은 폐 기능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보다 일찍 관리해야 한다. 그는 “폐 기능 검사를 하는 것은 담뱃세를 걷어 담배로 인해 피해를 본 환자에게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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