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환경단체들, 폭염에도 에어컨 없이 지내는지…

입력 2018-08-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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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안 돼 다 틀어진 전력 수요 예측
'脫원전 꿰맞추기' 비난 들리지 않나
환경운동가 아닌 전문가에 다시 맡겨야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전력 수요를 예측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단기 예측만큼은 예외다. 하루 이틀 사이의 예측이니 말이다. 뻔한 변수에 날씨 예보만 넣는 정도다. 틀릴 가능성이 없다. 그런데 그게 터무니없이 틀렸다. 지난달 24일이다.

역대 최대 전력 수요라는 9248만㎾도 놀라웠지만 단기 예측이 이렇게까지 빗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경악했다. 정부는 전주 8600만㎾에서 8800만㎾를 넘어서자 이게 올여름 피크가 아니겠냐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인 23일 9069만㎾, 24일 9248만㎾로 폭증하면서 7.7%까지 떨어진 전력 예비율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200만㎾만 더 올라갔더라면 전력 비상에 빠질 뻔했다.

일기예보가 빗나간 것도 아니다. 서울 기온은 20일 35도를 넘어섰고, 22일에는 38도까지 높아졌다. 그러면 무슨 이유에설까.

전문가들은 전력 소비 패턴의 변화를 지적한다. 무엇보다 에어컨이다. 대부분 상가나 가정은 얼마 전만 해도 더워도 무턱대고 에어컨을 작동하진 않았다. 절약이 미덕이었고, 이웃 눈치도 봐야 했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다. 내가 필요하면 새벽이고 아침이고 에어컨을 켠다. 24시간 켜는 집도 적지 않다. 2년 전 전력요금 누진제가 완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에어컨만이 아니다. 가정과 상업용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5대 전기용품이 있다. 건조기는 가스에서 전기로 빠르게 바뀌고 있고,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덕션이 가스레인지를 대체하고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가정과 상가의 간접조명 비중이 커지고 있고, 전기 난방은 이미 겨울철 전력 위기의 주범이다.

비중이 절반도 안 되는 가정과 상업용 전력을 놓고 뭐 그렇게 소란스럽게 구느냐는 분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 가정용·상업용 전력 비중은 40%에 불과하지만 선진국은 60%에 육박한다. 수요가 급증할 것이 분명하기에 하는 얘기다.

블랙아웃은 수요 예측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2011년 9월15일을 되돌아보자. 유례없는 늦더위로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예비율은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이를 예측하지 못해 많은 발전소가 정비에 들어갔고, 일부는 고장까지 일으켰다. 원전은 정지 상태에서 출력을 올려 전력을 생산하려면 적어도 3~4일 걸린다. 석탄화력은 8시간, 액화천연가스(LNG)화력도 3시간 걸린다. 대규모 정전 사태의 원인이다.

지난달 24일 최대 전력 수요가 한 시간 만에 400만㎾ 가까이 급증했다는 것은 그래서 심각한 문제다. 지금 수준의 예비율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예비율이 40%, 일본은 90%,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100%를 넘는다. 이들 나라가 바보인가.

비중이 56%인 산업용 전력도 사정은 같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력 절감 및 저장 기술 같은 밝은 면만을 강조한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 과정에서 전력 수요 증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데이터 트래픽과 저장 등에 필요한 전력 말이다.

물론 지금은 설비가 과잉이다. 당장 사고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탈(脫)원전이 본격화되는 5년 후다. 지금 정부는 책임을 질 수 없을 때다.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일 수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 더위에 예비율이 곤두박질치는데도 풍력발전 가동률은 13%, 태양광발전은 44%에 불과했다고 한다.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 태양광은 날이 더워 발전효율이 떨어진 탓이다. 혹서·혹한기에 신재생에너지로 수요를 메울 수 없다면 그걸 메워야 하는 설비가 필요하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최대 전력 수요를 1억500만㎾로 잡았다. 1억1320만㎾였던 7차보다 11%나 줄인 것이다. 결과적으론 7차 예측이 맞았다. 그러니 탈원전을 위해 꿰맞춘 수요 예측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1년도 안 돼 다 틀어진 예측을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탈원전 정책을 입안한 환경운동가들의 억지 예측이다. 전문가들은 모두 어디 가고 없는지.

2030년 최대 전력 수요를 9500만㎾ 이하로 잡아야 한다고 아우성쳤던 환경단체들이다. 그들의 주장이 헛소리라는 건 이미 증명됐다. 그런 터무니없는 입김에 백년대계가 좌우되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그 사람들, 폭염에도 에어컨 없이 지내고 있는지 그게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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