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비망록, 메모 씹어 삼키며 숨기려 했던 진실은?

입력 2018-08-08 17:38   수정 2018-08-08 18:08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이 공개돼 파장이 우려된다.

검찰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이 전 회장이 2008년 1월부터 5개월간 작성한 41장 분량의 비망록 사본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2011년 이 전 회장에게서 22억5000만원의 현금과 1230만원어치 양복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팔성 전 회장은 비방록 2008년 2월 23일자에 "통의동 사무실에서 MB(이 전 대통령) 만남.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위원장, 산업 B, 국회의원까지 얘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이라고 적었다.

검찰에 따르면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산업 B는 산업은행 총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기대와 달리 KRX(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감독원장 자리에서도 연이어 내정되지 않자 "MB가 원망스럽다.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취급하는지"며 허탈한 감정을 적기도 했다.

그는 이상득 전 의원을 만나는 자리에 "1. KDB(산은), 2. 우리"라고 인사 청탁 내용이 적힌 메모지를 가져가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비망록에 대해 "도저히 그날그날 적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보일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2008년 3월 28일에는 MB와 인연 끊고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가 괴롭다.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적혀있었다.

검찰으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 거액의 돈을 건넸는데도 인사상 혜택이 없어 분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해 6월 이 전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인해 2013년 6월까지 재직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검찰이 이 전 회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금품 공여 내역이 적힌 메모지를 씹어 삼켜 없애려 한 일화도 공개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이 전 회장의 서재에서 수사관이 사람 이름과 금액이 적힌 명함 크기의 메모지를 발견하고 무엇이냐고 묻자, 이 전 회장이 입안으로 급히 씹어 삼키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로 지난달 30일부터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5일간 수면 무호흡증과 당뇨 질환 등에 대한 진료를 받고 퇴원한 후 처음으로 이날 법정에 나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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