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주역들의 귀환
이해찬·김진표, 민주당 당권경쟁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맡아
정동영은 민주평화당 대표로
손학규, 바른미래당 全大 출마
풍부한 경험은 장점이지만…
"오래 전 정치 주도했던 인물들
다시 전면에 나서는 현실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
[ 김형호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이 8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올드 보이 귀환열차’의 막차에 올랐다. 이로써 여야 4당 대표 또는 유력 당권주자들이 모두 노무현 정부나 옛 민주당 대표 출신 인사로 채워지는 진풍경이 펼쳐지게 됐다. 당권에 도전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 고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한때 ‘한솥밥’을 먹으며 민주당(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에서 협조 또는 경쟁관계를 유지했던 인사들이다.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거나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인사들이 4개 당으로 분화돼 2018년 여의도 정가 전면에 등장한 현실을 바라보는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복잡하다. 정치권 한 인사는 “마치 10여 년 전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며 “그동안 ‘올드보이’들의 경륜과 인지도를 뛰어넘을 만한 정치적 공간을 창출해내지 못한 86그룹과 전문가그룹 정치인들이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손 “비난 무릅쓰고 나왔다”
손 고문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나이로 보나, 정치 경력으로 보나 그런(올드보이) 얘기가 맞다”며 “중요한 것은 정치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개혁 의지”라고 말했다. 손 고문은 과거 민주당에서 통합을 이뤄낸 경험을 강조하며 바른미래당의 통합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저는 당대표를 두 번 하면서 야당 통합을 이뤄냈다. 특히 2012년에는 당시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을 통합해 오늘의 더불어민주당을 만들었다”며 “이제는 바른미래당의 통합정신을 살리고 정치개혁과 정계개편의 중심을 이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제 와서 무슨 욕심이냐”는 지적에 출마를 두고 고심하던 손 고문은 안철수계뿐 아니라 일부 유승민계에서도 ‘긍정 사인’을 보내면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손 고문 측 관계자는 “유승민계 의원 중 절반가량은 손 대표 출마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찬열 의원 등 손 대표 측 인사들과 함께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과거 인연으로 얽힌 4당 간판주자들
여야 당대표와 당권 주자들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다양한 인연으로 얽혀 있는 사이다. 이해찬 의원이 노무현 정부 총리 시절이던 2004년, 김병준 위원장은 정책실장, 정동영 대표는 통일부 장관이었다. 현재 민주당 대표 후보로 뛰고 있는 김진표 의원은 당시 경제부총리였다. 사실상 여야 지도부 전면에 ‘노무현 정부 내각’ 인사들이 포진한 셈이다. 손 고문은 당시 한나라당 소속 경기지사로 도정을 이끌고 있었다. 2007년 민주당에 합류한 손 고문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이해찬·정동영 후보와 당내 경선을 벌였다. 당대표는 정 대표가 2006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가장 먼저 경험했다. 이어 손 고문(2010년), 이 의원(2012년) 순으로 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정치권에선 이들 거물급 60~70대 인사가 10여 년 만에 다시 각 당의 수장으로 전면에 나서는 상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륜은 장점이지만 유독 정치권만 세대교체 ‘무풍지대’로 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당 소속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올드보이라는 게 아니다”며 “한참 전에 정치 전면에 섰던 분들이 또다시 정치를 이끌어가겠다고 나서는 현실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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