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상 지식사회부 법조팀 기자) 삼성이 지난 8일 향후 3년간 국내 투자 130조원을 포함해 총 180조원의 대규모 투자와 4만명을 직접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투자하기로 했는데요.
앞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바이오 분야의 규제 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바이오 분야는 삼성에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삼성의 보도자료도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삼성은 자료에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CMO사업(의약품 위탁생산) 등에 집중 투자해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분야와 다르게 ‘참고’까지 붙여 바이오사업 육성 경과를 알렸습니다. 삼성이 2010년 삼성서울병원 지하 실험실에서 12명으로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이래 어떤 성장을 거듭해왔는지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앞에서는 훈풍이 불지만 뒤에서는 검찰의 칼날이 여전히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를 향하고 있습니다.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 2부에 배당돼 있습니다. 특수 2부는 최순실 특검에서 이 부회장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한 한동훈 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진두지휘하는 부서입니다.
특수 2부 배당 자체는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반영합니다. ‘금융·증권’ 관련 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된 서울남부지검에 재배당되지 않고 3차장 산하인 특수2부에서 맡은 것 자체부터 말이죠. 한 검사는 삼성의 투자 계획 발표 직후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성의 투자 계획 발표와 무관하게 삼바에 대한 수사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겉으론 ‘원칙적 수사’를 강조하지만 검찰의 속내는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원하고, 삼성이 호응하는 ‘협력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검찰이 삼바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기엔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투자 발표를 기점으로 한 경제 활성화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죠. 기존의 ‘먼지털이식’ 특수수사로 별건 수사까지 벌였다간 ‘앞에서 투자하라 해놓고 뒤에서 두들겨패냐’는 이야기가 당장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사를 안하자니 특수부에 배당한 검찰 자존심이 허락칠 않습니다. 그야말로 ‘말 못할 고민’입니다.
물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어떤 기업이든 처벌을 받아야겠지요. 하지만 특수부가 그간 보여줬던 전형적 특수 수사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도 국가적 이익을 생각해 타이밍 조절을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지검장과 한동훈 차장검사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검찰의 ‘삼바 방정식’ 속에 ‘경제 살리기’가 변수로 들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끝) /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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