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펜 외에 눈에 띄는 기능 '글쎄'
사용성, 혁신성 떨어지는 기능도
9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
청중들의 함성 속에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무대에 등장하면서 갤럭시노트9 언팩 행사의 막이 올랐다. S펜의 시그니처 컬러인 '노란색' 셔츠를 입은 고 사장은 노트9을 'New Smartphone'로 정의했다. 고 사장의 프레젠테이션 직후 꾸려진 노트9 체험존은 새로운 노트시리즈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노트9은 노트 시리즈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했다. 전면을 빼곡히 채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적용하며 노트 시리즈 중 가장 큰 6.4인치 쿼드HD+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스펙도 역대 안드로이드폰 중 최강이다. 특히 4000mAh 대용량 배터리는 사용자들을 콘센트로부터 해방시켰다는 평가도 나왔다.
노트9은 갤럭시노트8, 갤럭시S8·S9과 같은 18.5대 9 화면 비율이 적용되면서 전면 카메라와 홍채 스캐너가 들어갈 공간만 남겼다. 그래서인지 외관상 전작인 노트8보다 슬림해졌다. 바디 옆면에 다이아몬드 컷팅을 적용, 유광과 무광의 조화를 줘 날씬해보이는 효과를 더했다. 실제 한손으로 잡으니 갤럭시S9처럼 착 감기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노트8보단 편했다.
렌즈 옆에 있어 사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던 지문인식 센서 위치는 가운데로 옮겨져 손가락이 다소 짧은 기자가 사용하기에도 문제가 없었다. 조금만 옮기면 이렇게 편한걸 왜 진작 개선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노트9은 기존 노트 시리즈와 달리 바디와 S펜의 색상이 달라진 게 인상적이다. 특히 오션 블루 색상의 스마트폰에서 꺼낸 노란색 S펜은 묘한 조화를 이뤘다. 색상의 변화는 공개 전 이미 알려진 S펜 혁신의 예고편일 뿐, 실제 사용해 본 S펜은 노트9의 모든 것이었다.
S펜은 저전력 블루투스(BLE)를 탑재하며 원격 제어가 가능한 똑똑한 S펜으로 진화했다. S펜 버튼을 눌러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유용했다. 셀카봉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다.
또 프레젠테이션시 다음 슬라이드로 넘기거나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 스마트폰 주요 기능의 리모콘 역할을 하는 셈이다. S펜은 별도로 충전할 필요도 없다. S펜을 스마트폰에 꽂기만 하면 약 40초만에 완충되며 완충된 S펜은 대기 시간 기준 30분 혹은 최대 200번까지 버튼 사용이 가능하다.
누가 뭐래도 S펜은 훌륭했다.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킬러 기능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러나 문제는 S펜의 강력함에 가려 다른 기능들이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에 있던 기능을 도입하거나, 애먼 기능을 강화한 일부 기능들은 혁신성, 사용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카메라는 분명 개선됐지만 인상적이지 않았다. 노트9의 카메라는 인물, 음식, 동물, 풍경, 꽃, 하늘 등 20개의 촬영 장면을 인식해 최상의 사진을 얻을 수 있도록 대비, 밝기, 화이트밸런스 등을 자동 조정한다. 그러나 이 기능은 지난 5월 출시된 경쟁사의 제품이 이미 선보였던터라 삼성의 대표 전략 스마트폰에 담기기엔 다소 부족해 보였다.
흔들리거나 눈 감음, 렌즈가 오염됐을 경우 바로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은 나름 괜찮았다. 실제로 촬영 중 눈을 감으니 “눈을 깜빡였어요” “사진이 흔들렸어요”라는 텍스트가 떴다. 다만 오류 인식률은 높지 않았다. 셀피 촬영 중 흔들리거나 눈을 감은 피사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게이밍 기능 강화는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노트9은 히트 파이프 자체의 크기를 키워 열을 빠르게 식힐 수 있고, 카본 파이버 시트를 강화해 쿨링 성능을 전작 대비 21% 개선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용자들에겐 좋은 인상을 남기진 못할 듯 싶다. 그들은 사용하지도 않을 기능에 개발비를 들여 출고가격이 높아졌다고 인식할 수도 있어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날 언팩 현장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신문사 기자는 "외관상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겠지만 기대를 했던게 사실이다"라며 "노트 시리즈 사용자로서 S펜의 사용성이 넓어진건 맘에 들지만, 나머지 기능들은 인상적이지 않다"라고 아쉬워했다.
삼성전자에게 노트 시리즈는 늘 옳았다. 위기때 마다 삼성전자 IM부문(IT·모바일)를 구한 것도 노트 신작이었다. 갤럭시S9의 부진으로 중요한 시기에 직면한 지금, 배(바디)보다 배꼽(S펜)에 힘을 실은 삼성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을까.
뉴욕(미국)=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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