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피해 확산…글로벌 상승장서 '동반 왕따'
한국, 對中 수출 급감 우려 '전전긍긍'
中, 직격탄 맞았지만 '바닥 다지기' 모습도
"무역전쟁 격화 땐 하락폭 커질 가능성"
[ 오형주/송종현/노유정 기자 ] 한국 증시 투자자에게 한국과 중국 증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과거 코스피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비슷한 흐름을 보였을 때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가 양호하게 나와 중국 증시가 ‘바닥 다지기’를 모색하는 분위기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글로벌 상승장에서 두 나라 증시만 동반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월부터 한·중 증시 동조화 심화
한·중 증시 동조화 현상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다. 당시 상하이종합지수가 중국의 경기지표 악화 등으로 요동치자 코스피지수도 함께 움츠러드는 일이 반복됐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 주식시장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유행했다.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해엔 한국과 중국 증시가 제각각 움직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00대에 머물던 코스피지수가 2500 고지에 오른 지난해 10월 코스피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 간 상관계수(1에 가까울수록 두 지수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함)는 -0.3에서 0.5를 오가는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 및 나스닥지수와의 상관계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0.2~0.8에서 움직였다. 증권업계에선 지난해 국내 상승장이 미국 증시 강세에 영향을 받은 것임을 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지난 6월부터 코스피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가 ‘동행’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 부과를 선언하고, 중국이 이에 맞대응하기로 하면서 무역전쟁이 한층 고조된 시점이다. 그 결과 코스피지수는 6월부터 지난 9일까지 두 달여간 5.6% 하락하며 상하이종합지수(-9.7%)와 함께 세계 주요국 중 성과가 가장 안 좋았다.
이 기간 환율도 함께 움직였다. 6월 이후 위안·달러 환율이 약 6.4%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4.7% 상승했다. 무역전쟁 우려로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원화 가치도 함께 떨어진 것이다.
◆中 의존도 높은 경제 구조가 원인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최종 가공해 세계 각지에 판매하는 국제분업 구조가 미·중 무역분쟁 국면에서 중국 증시와의 동조화를 강화시킨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품을 보면 반도체나 기계류 등 중간재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수출기업 실적에 대한 한국 증시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한국 증시 전체의 실적 매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중 간 동조화는 비슷한 산업구조를 지닌 대만과 비교해도 유독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기술(IT) 업종이 중심인 대만 자취안지수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대신 미국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만은 증시에서 IT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고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이 높아 외국인 투자자들이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하이지수 2700에서 바닥 다지나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증시는 올 들어 세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많이 하락했다. 지난 1월24일 연중 최고치(3559.47)를 찍은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6일 최저치인 2705.16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하락률은 24%에 달한다. 상하이지수는 10일 2795.31에 마감했다.
중국 증시가 ‘바닥 다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이후 2700선 안팎에서 지지선이 형성된 것은 긍정적 흐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는 생각보다 양호한 무역지표가 꼽힌다. 9일 발표된 중국의 7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2.2%로, 시장 예상치(10.0%)와 6월 증가율(11.2%)보다 높았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1.83% 상승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선 것도 증시 추가 하락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중국 인민은행은 6일 외환 선물거래에 20%의 증거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6일 달러당 6.85위안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은 달러·위안 환율은 9일 6.82위안으로 하락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괜찮은 수출과 위안화 가치 안정이 무역전쟁 리스크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4일 시작된 중국 베이다이허 회의(전·현직 지도자와 원로들이 모여 국가 일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라며 “이 회의 후 중국 대응 방향에 따라 증시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형주/송종현/노유정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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