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무늬만 민영'인 중국 인터넷 공룡들

입력 2018-08-13 16:58  

알리바바·텐센트 등은 民官복합체
실리콘밸리 넘으려면 '사상해방' 필요

박래정 <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



중국 최대 이동통신 기업인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의 현 회장(董事長)은 공업정보화부 부부장 출신이다. 우리로 치면,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내다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석유화학 분야의 최대 기업인 시노펙 회장은 공산당 중앙후보위원이기도 하다. 중앙위원(204명)보다 한 급 아래인 후보위원은 172명이나 된다. 서열의 앞엔 당 및 정부 요직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국유기업 경영자를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인선 자체가 정(政)이 산(産) 위에 군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2015년엔 차이나유니콤(聯通)과 차이나텔레콤(電信) 회장이 당의 인사 방침에 따라 하루아침에 자리를 맞바꿨다. 두 회사 모두 수억 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2, 3위 경쟁업체다. 시장에선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지만, 공산당에는 당의 노선과 정부 정책 방향을 충실히 집행하는 관리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정산(政産) 상하관계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현상이 최근 몇 년 새 나타났다. 올해 발표된 기업가치 랭킹을 보면 상위 10대 기업 중 1, 2위를 민영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차지했다. 3~7위를 차지한 국유은행 및 이동통신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더욱이 두 회사는 각각 5억 명, 11억 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막강한 플랫폼 기업이다. 국유기업을 쥐락펴락해 온 공산당으로선 이런 민영기업의 존재가 영 마뜩잖을 수밖에 없는데, 이상하리만큼 사이가 좋다. 반면, 미국 최대 기업 아마존은 산하의 신문 워싱턴포스트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자율과 창의성을 금과옥조로 삼는다는 정보기술(IT)업계의 공룡과 언론 검열도 서슴지 않는 중국 정부의 ‘2인3각’ 행보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서로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선 인터넷 공룡으로 커버린 두 회사는 중국 공산당엔 정보산업 분야 대국굴기를 앞당기는 소프트 인프라나 마찬가지다. 두 회사가 수년 전 내놓은 모바일 결제 앱(응용프로그램)은 중국 사회의 거래방식에 혁명을 몰고 온 것은 물론 동아시아 전역에 중국의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다. 알리바바의 C2C(개인 간 거래) 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淘寶)만으로 그간 3700만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니(인민대 추산) 중국 정부가 내세운 ‘인터넷+’의 성공사례일 수밖에 없다. 두 회사는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서 갓 태어난 신생기업 거의 절반에 투자해 지분을 갖고 혁신을 이끄는 중이다.

그뿐 아니다. 두 회사의 최대 의결권은 각각 마윈, 마화텅 회장에게 있지만, 사내에 공산당 산하 조직인 당조(黨組)를 뒀다. 공산당 지휘노선이 관철될 통로를 만들어 놓았으니, 경우에 따라 수억 명 이용자를 상대로 불온한 여론을 차단하거나, 유리한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

정부 지원은 당연히 따라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들과 인공지능(AI) 연구팀을 꾸리기도 하고, AI 연구에 필수불가결한 막대한 분량의 공공 데이터도 제공한다. 스마트시티(알리바바), 스마트 진료(텐센트), 스마트 주행(바이두) 등 분야별 AI 플랫폼 조성까지 맡겼으니, 미래 먹거리를 나눠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쯤이면 무늬만 민영기업이지, 민관(民官)복합체나 마찬가지다.

중국 인터넷 공룡들은 미국 혁신기업의 사업모델을 가장 빨리 중국에 적용해 성공신화를 써왔다. 실리콘밸리를 넘어서려면, 이젠 ‘세상에 없는’ 혁신 개념과 사업방식을 찾는 21세기형 사상해방(思想解放)이 필요하다. 당(黨)과의 공생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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