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천연가스 개발 '청신호'
[ 이현일 기자 ] 500억 배럴의 원유와 8조4000억㎥ 규모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카스피해 개발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카스피해가 호수라고 주장한 이란과 바다라고 맞선 카자흐스탄 등이 논쟁 끝에 특수한 법적 지위를 가진 바다인 ‘내륙해’로 보기로 합의하고 자원 개발을 위한 후속 협정을 맺기로 했다. 카스피해를 바다로 취급할지 여부에 따라 주변국의 자원 영유권이 좌우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등 카스피해 연안 5개국은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
연안국들은 유엔 해양법 조약 등을 참고해 자국 해안에서 15해리까지를 영해(12해리가 일반 영해)로 삼고 25해리까지는 배타적 어업권을 설정하기로 했다. 해저 자원 소유권은 당사국 간 추가 합의에 따라 확정하기로 했다. 다만 호수와 마찬가지로 연안국 외의 군대가 카스피해로 진입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반도 전체의 두 배에 가까운 크기에 소금물로 이뤄진 카스피해는 역사적으로는 바다로 불려왔고 냉전시절엔 소련과 이란이 양자 협정으로 관련 현안을 규율했다. 그러나 1991년 옛 소련 해체 후 카스피해에서 대규모 자원이 발견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해안 가까이 유전을 개발한 옛 소련 소속 4개 신생국은 카스피해가 바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은 자원 영유권을 폭넓게 확보하기 위해 호수라고 주장하고, 러시아는 이해관계에 따라 현안별로 다른 태도를 보이며 자원 개발을 방해했다. 이번 협정은 카스피해 자원 개발 본격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해저 자원 개발을 둘러싼 세부적 합의를 위한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카스피해를 호수로 봐야 유전·가스전에 더 많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이란은 여전히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해저 부분의 (영토) 확정을 위해선 더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르키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생산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파이프라인 설치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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