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한, 10년 만에 '大魚 사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리딩금융그룹' 재탈환 승부수

입력 2018-08-14 02:30   수정 2018-08-1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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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하나금융 제치고 ING생명 인수

신한금융, ING 인수땐 KB금융에 순익 800억 앞서
'신한생명+ING' 자산규모, 생보 4위 농협 넘봐
사모펀드 MBK, 5년 만에 투자금의 두 배 회수



[ 정영효/안상미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13일 오후 7시15분

신한금융그룹의 ING생명 인수는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재탈환하기 위해 절치부심해온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의 승부수라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2007년 LG카드(현 신한카드)를 사들인 이후 10여 년 만의 ‘빅딜’을 통해 KB금융그룹에 내준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조용병 회장의 승부수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KB금융지주에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내줬다. KB금융은 2015년과 2016년 잇달아 인수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이 효자 노릇을 하며 지난해 3조3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실적 개선뿐 아니라 손해보험 4위, 증권 5위 자회사를 거느리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 모습을 갖췄다.

2007년 LG카드를 당시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고가인 6조7000억원에 사들인 이후 이렇다 할 인수 실적이 없었던 신한금융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10년간 대형 M&A 실적이 없었던 신한금융은 성장동력 부재의 한계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월 주가가 5년 만에 처음으로 KB금융에 따라잡혔다. 6월에는 6년 만에 시가총액 또한 역전됐다. 현재 KB금융(약 21조3655억원)과 신한금융(약 20조1772억원)의 시가총액 격차는 1조원 넘게 벌어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에는 신한금융 주가가 3위 하나금융지주에 밀리는 굴욕을 당했다. 신한금융 주가가 하나금융을 밑돈 건 2012년 8월 이후 5년4개월 만이다.


◆리딩금융그룹 재탈환

1등 금융지주 자리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승부는 또다시 M&A에 의해 갈리게 됐다. 신한금융에 연간 3400억원의 순이익을 안겨다 줄 수 있는 생명보험업계 6위 ING생명은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고 은행과 카드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회심의 카드’라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ING생명은 1796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이라는 게 NH투자증권 예상이다. 상반기 1조8171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KB금융(1조9152억원)을 800억원 차로 앞지른다. 1위 자리를 되찾아 리딩금융그룹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하는 셈이다.

◆보험업계도 판도 변화

보험업계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 3월 말 기준 ING생명의 자산 규모는 31조원으로 삼성 한화 교보 농협 미래에셋에 이어 6위다. 신한금융이 거느린 신한생명 자산은 30조원으로 8위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한 뒤 신한생명과 합치면 총자산 61조원 규모의 5위 생명보험사가 탄생한다. 자산 규모 64조원으로 4위인 NH농협생명 자리도 넘볼 수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 계열사 전체 당기순익의 90.8%를 차지한 은행과 카드 의존도도 낮아진다. ING생명을 자회사로 품으면 4%에 불과하던 보험사 순익 비중은 14%로 높아진다

특히 ING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ING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40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을 임직원 수로 나눈 1인당 생산성은 4억4710만원으로 AIA생명(4억9750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455.3%로 생명보험업계 최고 수준이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고심할 때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신한금융을 비롯해 KB금융, 하나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ING생명 인수에 나선 이유였다.

2013년 네덜란드 ING그룹으로부터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사들인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는 5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한다. MBK는 지난해 국내 PEF 투자 기업 최초로 ING생명을 주식시장에 상장해 투자 원금 대부분을 거둬들였다. 남은 지분을 2조4000억원에 팔면 5년 만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정영효/안상미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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