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러서 첫 간음 후 아침에
안희정이 잘 먹는 순두부 식당 물색"
죄형법정주의에 기초한 결론
"성폭력 행위의 도덕적 비난과
형법상 책임 사이엔 괴리 있어"
檢 "납득 못해…항소하겠다"
[ 조아란 기자 ] “이거 너무한다 진짜.” “지사님 힘내세요.”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방청석은 아수라장이 됐다. 판결에 항의하는 목소리와 안 전 지사를 응원하는 환호성이 뒤섞였다. 선고가 끝나자 안 전 지사는 변호인들과 악수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안 전 지사를 고소한 김지은 전 충남도청 정무비서는 말없이 고개를 떨군 채 법정을 떠났다.
◆“위력을 행사한 구체적 증거 없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3월5일 김 전 비서의 첫 폭로 이후 다섯 달 만에 나온 법적 판단이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 전 비서를 상대로 지난해 7월29일부터 올해 2월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하고 성폭력 치료 및 신상공개 명령을 내려달라고 청구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 혐의와 관련해 “위력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저항을 곤란하게 만드는 강제력이 행사된 구체적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지난해 7월30일 러시아 출장 당시 이뤄진 첫 간음 행위와 관련해 “(간음 후 아침에) 러시아에서 피고인이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으려 애쓴 점 등이 있다”며 “이런 사정을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단지 피해를 잊고 수행비서의 일로서 피고인을 열심히 수행한 것뿐이라는 피해자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찰 “무죄 납득 어려워… 항소할 것”
재판부는 ‘정조’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에 입각해 내린 판결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1995년 형법 개정으로 성범죄 처벌의 보호 법익이 정조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바뀌었다”며 “상대방 남성과 성관계를 가질 것인지 여부에 대해 자유 의사로 결정했음에도 사후적으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회에서 통용되는 성폭력 행위와 형사법에 규정된 성폭력 범죄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른 괴리가 생길 수 있지만 국회에서 성폭력 처벌 규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사법적 판단으로는 죄형법정주의에 기초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고인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시했을 뿐 아니라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했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서부지검은 수사 과정에서 안 전 지사 구속영장을 법원에 두 차례나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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