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만들자"… EU 방식 '다자평화체제' 모델 제시

입력 2018-08-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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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대규모 경협카드 北에 제시
경기·강원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 설치도 추진
"경협효과 30년간 170조"

"현실성 떨어진다"비판도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원자력공동체와 판박이
주변국과 조율·공감 부족"



[ 박재원/이미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동북아시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경기와 강원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겠다는 뜻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 수립 기념 경축식에 참석해 “남북한 간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광복”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특단의 경협 카드를 ‘당근’으로 꺼내들었다고 분석했다.

◆경협효과 南 170조 vs 北 249조

문 대통령이 ‘깜짝’ 제안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성은 유럽연합(EU)처럼 다자평화안보체제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문 대통령은 “1951년 유럽 6개국이 전쟁 방지, 평화 구축, 경제 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창설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EU의 모체가 된 것처럼 철도공동체가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동북아 6개국은 남북한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6자회담 당사국에 몽골이 추가된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졌을 때 동아시아 공동체가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경협의 전향적 확대 방침도 밝혔다. 경기, 강원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해 일자리와 함께 지역과 중소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기회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까지 인용, “향후 30년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한 17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근거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남북 경협으로 개성공단에서 159조2000억원, 금강산 사업과 지하자원 개발을 통해 각 4조1000억원의 경제성장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가 총 170조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동안 북한은 249조원의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에 중장기 경협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비핵화와 관련된 행동을 이끌어내려는 동기를 제시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장밋빛 전망에 실현 가능성 의문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평화’(21번)다. 다음으로 ‘경제’가 19번 나왔다. 남북 경협 확대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를 촉구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문 대통령의 ‘남북 경협 구상’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남북 관계를 너무 앞세우다 보니 악화된 국내 경제에 대한 언급이 전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제안이 박근혜 정부 시절 나온 ‘동북아원자력안전협의체’와 비슷한 제안이라는 지적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공동체를 구성하려면 주변 국가 간 사전 조율과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미숙한 제안은 우리의 협상력만 떨어뜨리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현시점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제안이 미국의 분노를 야기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권원순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30년간 170조원의 경협 효과는 우리에게 너무나 먼 얘기”라며 “비핵화라는 선결 조치 없이 과거부터 이어져온 철도 등의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협력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 공동 경제 발전을 통한 관계 개선의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철도를 중간 매개체로 한 통일경제특구에 대해 내부적으로 연구를 많이 해왔다”고 설명했다.

박재원/이미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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