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는 LG CNS가 2016년 처음 연 사내벤처 아이디어대회에서 챗봇 아이템으로 채택된 뒤 이듬해 정식 사내벤처로 설립됐다. 이후 시행착오를 거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이제는 대기업 품을 떠나 외부 환경에서 유연하게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직원 4명으로 꾸려진 단비는 LG CNS의 사내벤처 스핀오프 첫 성공 사례다. 당시 과장이었던 서문길 단비 대표는 사용자 경험(UX) 전문가였지만 직무와 거리가 있는 지능형 챗봇서비스 아이디어를 내 4개월 만에 사업화 성과를 냈다.
벤처들이 개발자 채용, 기술 테스트 환경 구축 등에 어려움을 겪는 데 반해 사내벤처로 출발한 단비는 회사측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LG CNS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플랫폼 DAP 등 신기술에 단비가 개발한 챗봇을 직접 테스트,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 받았다.
서 대표는 “사내벤처에 독립적 의사결정 권한을 주고 별도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등 회사의 전폭적 지지와 구성원들의 열정이 빠른 스핀오프가 가능했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단비는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UI)로 사람과 챗봇 간 대화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프로그램 개발 역량이 부족한 사용자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손쉽게 챗봇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개발한 챗봇은 클릭 몇 번으로 메신저와 연결해 챗봇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현재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6개 메신저 연동을 지원하고 있다.
고객 질문의 정확한 의도 파악을 위해 기계학습(머신러닝)과 심층학습(딥러닝)을 적용한 게 특징. 머신러닝 기술로 자연어 이해 확률을 높였고 딥러닝 기술로 고객 질문을 분석해 긍정·중립·부정의 감성을 찾아낸다.
올 3월 개발자 350여명이 모인 ‘AI 개발자 커뮤니티’ 챗봇 평가에서 구글 다이얼로그플로우(Dialogflow)와 IBM 왓슨 컨버세이션(Watson Conversation)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앞서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단비를 적용해 앱 사용률 20% 상승, 단순문의 해결량 10배 증가 등 기술력을 입증했다.
분사 후 LG CNS는 기업 대상 챗봇 구축 사업을, 단비는 챗봇 제작 플랫폼을 오픈해 개인 개발자나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사업 파트너로 동반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LG CNS 관계자는 “이번 사내벤처 분사는 다양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혁신성장 조직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동시에 스타트업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임직원 아이디어를 부담 없이 공유하고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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