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룬힐데 폼젤 지음·토레 D. 한젠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328쪽│1만5000원
[ 서화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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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직후였다. 전쟁에 징집됐던 아버지는 4년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5남매 중 맏딸인 소녀는 중학교를 1년밖에 다니지 못했다. 일찍부터 집안일이며 생계에 보탬이 돼야 했던 소녀는 유대인이 운영하는 보험회사에서 타자 일과 잡무를 처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저녁에는 상업고교에 다니며 부기와 속기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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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나치 시절의 행위에 대해 평생 함구했다. 전후 70년 가까이 침묵으로 일관한 그는 2013년 마침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낯설면서도 충격적이었던 그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발표됐다. 2017년 106세를 일기로 사망한 브룬힐데 폼젤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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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였던 독일 처녀의 삶은 남자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장교 출신 나치당원과의 만남을 계기로 극적인 반전을 맞이한다. 나치제국의 방송국을 거쳐 괴벨스의 비서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치 권력의 핵심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폼젤은 나치의 만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주변의 유대인들이 어디론가 끌려갈 때에도 체코의 한 마을로 집단이주시키는 줄 알았다고 했다. 유대인들이 수용소에서 집단 학살을 당한 사실도 전쟁이 끝난 뒤에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 뒤 에바(폼젤의 친구)가 갑자기 떠났어요.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에바는 강제 이주자 명단에 든 것 같았어요. 체코의 빈 독일인촌을 채우기 위해 데려가는 거라고들 했어요. 거기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때였어요.”
이런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폼젤은 나치 권력의 심장부에서 일했지만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책임도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당시 나치 만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폼젤의 회고를 읽다 보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우리는 그저 시대에 끌려다녔을 뿐”이라는 그에게는 과연 죄가 없을까. 그의 말대로 1차 대전과 대공황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1930년대 베를린의 젊은 여성이 자기 삶에 충실했던 게 죄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나치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주도한 적이 없으며, 더구나 만행은 그 당시에 몰랐다는데….
책의 편집자는 여러 가지 정황상 나치의 만행을 몰랐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나치의 만행을 몰랐던 게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그의 도덕적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그저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며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쉽게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과연 올바르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미국과 유럽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극우주의자의 발호를 보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우리 속에는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라고 규정했던 것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유전자가 숨어 있다. 그것의 사회적 표출 현상이 바로 1930년대의 파시즘이다.…자신의 이기주의 때문에 현실을 외면하고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는 일을 등한시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쁜 행동에 동참하는 일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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