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배꼽 하나로 바꾸는 내 골프 구질
배꼽을 돌리는 속도 따라
페이드·드로 구질 '맘대로'
스윙을 끝내고 멈췄을 때
배꼽이 타깃을 바라보면 상·하체 회전 모두 잘된 것
머리를 우측으로 기울이면 탄도 높은 페이드 샷 가능
좌측으로 기울이면 드로 샷
허리 각도로 구질 바꿀수도
“똑같은 스윙을 실수 없이 오랫동안 반복할 수 있는 스윙이 좋은 스윙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29승을 올린 리 트레비노(79·미국)의 말입니다. 스윙의 일관성을 강조한 말인데요. 못생긴 스윙이든 잘생긴 스윙이든 한결같은 스윙이 으뜸이라는 얘기입니다. 한결같다는 건 결국 예측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예측이 가능하다면 위험관리도 잘된다고 볼 수 있겠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예측 가능한 스윙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원리를 알면 ‘내 구질 찾기’ 수월
예측 가능한 스윙을 만들려면 구질 원리를 이해하는 게 우선입니다. 구질은 클럽헤드가 진행하는 궤도를 기준으로(타깃 방향 기준이 아님) 클럽 페이스가 열려있느냐 닫혀있느냐로 결정됩니다. ‘나는 클럽 페이스를 닫았는데도 왜 슬라이스가 나지?’라고 고민하는 골퍼나, ‘나는 클럽페이스를 열었는데도 왜 훅이 나지?’라는 반대의 고민이 드는 골퍼라면 궤도를 먼저 점검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질을 이해했다면 이 구질을 조정하는 방법도 함께 알아둬야 싱글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그립 바꾸기(스트롱, 위크 그립 등), 얼라인먼트(정렬)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미국에서 투어를 뛸 때 ‘배꼽’을 활용해 간단하게 드로와 페이드를 선택적으로 쳤습니다. 셋업, 어드레스, 정렬 등 기본자세에는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 말이죠.
배꼽은 사실 하체가 잘 회전하느냐를 구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스윙이 끝났을 때 배꼽이 타깃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체주도 스윙이 잘됐다는 얘기이고, 2시나 3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 하체가 불완전하게 회전해 상체에 끌려다녔다는 얘기가 됩니다.
배꼽을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페이드 구질이 필요하면 배꼽을 타깃 방향으로 평소보다 ‘좀 더 빨리 돌리는 느낌’으로 스윙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클럽 페이스가 살짝 열린 상태로 임팩트가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상체 회전이 하체 회전보다 조금 늦어지기 때문이죠. 반대로 드로 구질이 필요한 경우 배꼽을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돌리는 느낌’으로 스윙을 합니다. 그러면 클럽 페이스가 평소보다 살짝 닫힌 상태로 임팩트되겠죠.
아마추어분들도 이 방법을 한번 연습해보면 느낌이 딱 올 겁니다. 배꼽의 회전속도를 다양하게 바꿔보면서 이에 따른 구질의 변화를 느껴보면 연습의 재미도 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평소 스윙 틀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구질을 조정할 수 있다면 이만 한 ‘가성비 갑’ 훈련법도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허리 숙인 각도 달라도 구질 변화 커
셋업을 아주 미세하게 바꿔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물론 연습장에서 상당한 예행연습을 해봐야 하는 예민한 변화라는 점은 명심해야 합니다. 첫 번째가 어드레스 시 앞으로 굽힌 허리 각도입니다. 평소보다 살짝 더 숙여서 치면 공이 떨어지는 탄착점이 오른쪽으로 옮겨갈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평소보다 살짝 세워서 스윙하면 왼쪽으로 탄착점이 옮겨가게 되고요. 어드레스 시 머리를 오른쪽으로 2~3도 더 기울이면 탄도 높은 페이드가, 반대로 왼쪽으로 2~3도 더 기울이면 저탄도 드로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또 다른 방법입니다.
사실 이런 정도의 셋업 보정은 실전에서 무수히 해야 하는 게 현실인데, 이를 의식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전 코스는 연습장 같은 평지는 거의 없고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든 기울어져 있기 마련이고, 스윙 셋업도 이런 기울기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보정해야 하기 때문이죠. 다양한 셋업이 그래서 더 많이 필요하답니다. 연습을 그만큼 해야 하고요.
가장 중요한 건 인내입니다. 자신에 맞는 구질 찾기가 어차피 짧은 시간에 되는 것이 아니고, 쉽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타이거 우즈를 가르쳤던 부치 하먼은 ‘스윙 교정의 법칙’을 이렇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스윙의 완성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성적 부진과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모든 노력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골프, 역시 인내의 운동입니다.
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 LPGA 투어 프로 >
장소협찬 : 포천힐스컨트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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