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 시점 늦추는데만 '급급'
미래 부담 줄일 개혁은 미흡
[ 김일규 기자 ]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의 밑그림을 내놨다. 연금 납입 보험료를 올리고 수급 연령을 늦추는 안이 포함됐다. 대신 연금액은 늘리거나, 적어도 더 줄이지는 않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쥐꼬리만 한 연금을 주면서 국민 호주머니를 털려고 하냐’는 여론 반발을 의식한 안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청회를 열고 국민연금 재정 추계 및 제도 개편안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현행 보험료-연금액 수준이 유지되면 국민연금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갈 시점은 2013년 전망 때보다 3년 당겨졌다.
위원회는 고갈을 2088년 이후로 늦추기 위한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 번째 안은 현행 월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내년에 11%로 2%포인트 높이는 대신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은 45%로 올리는 것이다. 두 번째 안은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10년간 4.5%포인트 올리면서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와 별도로 보험료 의무납입 연령을 현행 60세 미만에서 65세 미만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수급 개시 연령 상향(2033년까지 65세)에 맞추기 위해서다.
이번 개편안 중 보험료 인상 시도는 평가할 만하지만 ‘낸 것보다 훨씬 많이 받는 현재 구조로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불편한 진실에는 눈감은 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금개편을 앞두고 ‘노후소득 보장 확대’를 원칙으로 제시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고갈을 막고 부담을 후대에 떠넘기지 않으려면 젊은 층엔 더 걷는 대신 노년층의 수혜는 줄이는 식의 세대 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하루에만 ‘국민연금 의무가입을 폐지하라’는 글이 수백 건 더 올라왔다. 신뢰를 잃은 국민연금에 더 이상 돈을 못 내겠다는 불만이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최종안을 수립해 10월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문 대통령이 국민 동의 없이 개편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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