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지부진했던 SBS 드라마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월화극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서른이지만)와 수목극 ‘친애하는 판사님께’(친판사)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23일 5.7%(닐슨코리아 전국 가구시청률 기준)로 시작한 ‘서른이지만’의 시청률은 지난 14일 10.5%(16회)로 상승했다. 5.2%에서 출발한 ‘친판사’도 15일 8.6%(14회)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말극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그녀말) 역시 11일 11.9%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대로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서른이지만’은 신혜선, 양세종, 안효섭 등 대세 배우를 앞세워 마음 따뜻한 캐릭터들의 힐링 스토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전작 ‘황금빛 내 인생’에서 호소력 짙은 연기로 눈물샘을 자극한 신혜선은 이번 드라마에서는 사랑스럽고 순수한 소녀 우서리 역으로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자칫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 17세 소녀 감성의 30세 우서리를 과하지 않게 풀어내 공감을 일으켰다.
우진 역의 양세종은 매력적인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양세종은 자꾸만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서리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우진의 미묘한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여기에 해맑은 19세 소년 유찬 역을 연기하는 안효섭과 미스터리하지만 극 중 캐릭터들을 묵묵히 보살펴주는 가사 도우미 제니퍼 역의 예지원이 ‘힐링 캐릭터’로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친판사’는 전작 ‘훈남정음’이 SBS 미니시리즈 사상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탓에 흥행 전망이 불투명했다. ‘슈츠’ ‘무법 변호사’ ‘미스 함무라비’ 등 최근 쏟아진 법정물과 변별력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1인 2역을 맡은 윤시윤은 쌍둥이 형제 수호와 강호 역을 얼굴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인물로 표현해냈다. 전과 5범인 동생 강호를 연기할 때는 건들대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그려냈다. 수호를 연기할 때는 자세부터 달라졌다. 허리는 꼿꼿이 세우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강호는 형이자 엘리트 판사인 수호 행세를 하며 법정에서 통쾌한 판결을 내린다. ‘친판사’가 시청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극 중 재벌 갑질 폭행 사건, 직장 내 성희롱,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 등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그녀말’은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남상미, 이시아의 열연이 돋보인다. 두 사람은 2인 1역으로 지은한의 성형 전과 후를 연기하고 있다. 이시아는 청초한 외모와 달리 첫 회부터 건장한 남자들을 단번에 제압하는 액션 연기로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남상미는 잃어버린 기억의 단서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착하고 밝은 성격을 잃지 않는 은한의 모습을 통해 극의 무게감을 조절하고 있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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