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노 박사의 시장경제 이야기 (52)] 밭 속의 금은보화

입력 2018-08-20 09:01  

시장경제 길라잡이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품질·가격에서 세계 최고
각종 규제를 풀어야 진정한 보석이 될 수 있어요




예부터 내려오는 우화 가운데 자신의 운만 믿다 평생 가난을 면치 못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청년 시절, 남자는 점쟁이에게서 ‘부자로 잘살 것이다’는 예언을 들었다. 본래 농사꾼이던 남자는 점쟁이 말만 믿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밭을 갈지도 않고, 씨를 뿌리지도 않았다. 날마다 방탕한 생활을 일삼으며 놀기만 했다. 집안 살림이 가난해져도 남자는 의기양양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부자가 될 테니까!’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될 거”라는 우화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남자는 부자가 되지 않았다. 노인이 돼서도 여전히 가난하고 힘들게 살 뿐이었다. 어느덧 하루 끼니조차 이을 수 없게 된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밭에 나갔다. 일을 하지 않다가는 굶어 죽을 판이었다.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괭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괭이를 땅에 휘두르는 순간, 괭이 끝에 뭔가가 닿았다. 깜짝 놀라 땅을 파 보니 세상에 이럴 수가! 땅속에는 어마어마한 금은보화가 묻혀 있었다.

부자가 될 거라는 점쟁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남자는 백발 노인이 됐고, 이미 많은 세월을 낭비해왔다. 이제 와서 금은보화를 얻는다고 한들, 그 부귀영화를 누릴 날이 머지않은 셈이었다. 남자는 땅을 치며 지난날을 후회했다. “아, 그때 밭에 나와 괭이질만 했더라도!”

“의료는 공공영역” 규제 또 규제

이 우화는 ‘노력 없이는 행운도 발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집 앞마당에 금은보화를 묻어 두고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가난한 농부, 현재 우리나라 의료 부문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의료 부문은 영미권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편인 반면, 의료 서비스 품질은 영미권에 뒤지지 않을 만큼 우수하다. 이는 세계 의료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보유한 경쟁력에 비해 의료 분야의 해외 진출이나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의료 부문이 공공 영역에 묶여 있어 상업 비즈니스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공 영역 특유의 복잡한 규제가 존재하다 보니 병원 측에서도 굳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려고 하지 않고, 환자 측에서도 애써 찾아오려고 하지 않는다. 자연히 우리나라 의료 부문에서 외국인 환자 수는 참담한 정도로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집 앞마당에 금은보화를 묻어두고도 가난하게 사는 농부 신세와 다름없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손을 놓고 있지만 의료관광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동남아 지역은 의료관광으로 매년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다. 태국의 범룽랏 병원이 대표적인 예다. 범룽랏 병원은 미국 대비 20∼30%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과 믿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 수준으로 매년 수많은 해외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범룽랏 병원에서 일하는 전체 스태프 30% 이상이 미국 의학박사 소지자이며, 환자에게 최첨단 의료시설과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병원의 2010년 총 환자 수는 120만 명으로, 그중 42만 명은 외국인이었다. 병원을 찾은 외국인의 국적도 다양해져서 190여 개국에 달했다. 당시 태국에 들어온 전체 외국인 환자 수는 200만 명이다. 하지만 같은 해 우리나라 외국인 환자 수는 고작 8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

외국 의료산업이 흥하는 이유

앞서 지적했다시피 우리나라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적은 까닭은 의료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 부문이 공공 영역으로 묶임으로써 지나치게 많은 규제의 제약을 받아 외국인 환자 한 명을 데려오는 일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병원 측에서도 굳이 외국인 환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외국인 환자도 방문하기 쉬운 다른 나라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제 탓에 눈 뜨고 외국인 환자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갖춘 탄탄한 의료서비스와 저렴한 가격은 흙속의 금은보화와도 같다. 하루빨리 불필요한 제약을 없애고 의료 분야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앞서 말한 우화 속 농사꾼처럼 언젠가 뜨거운 후회의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 기억해주세요

우리나라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적은 까닭은 의료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 부문이 공공 영역으로 묶임으로써 지나치게 많은 규제의 제약을 받아 외국인 환자 한 명을 데려오는 일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병원 측에서도 굳이 외국인 환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외국인 환자도 방문하기 쉬운 다른 나라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승노 <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choi3639@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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